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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의 눈물...“관리비 올려줘. 싫으면 방 빼든지”
새학기 앞두고 사실상 월세인상
보호대책 없고...부당계약 만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는 최모 씨는 겨울 방학을 맞아 고향에 머물다 원룸 주인으로부터 관리비를 5만원 인상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20㎡남짓한 작은 방에 월세로 50만원(보증금 1000만원)을 내는 것도 부담스럽던 최 씨는 이제 관리비 인상분까지, 매달 65만원을 내야할 처지가 됐다. 사전 협의나 합의는 없었다. “싫으면 방을 빼라”는 엄포 뿐이었다. 부랴부랴 다른 방을 알아볼까 상경했지만 엄동설한에 갈 곳이 딱히 없었다.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전세시장 안정도, 문재인 정부의 전월세입자 주거안정 강화 방침도 대학생 세입자에겐 여전히 먼 이야기다. 관리비나 청소비 등 이런저런 구실로 실질적인 월세를 올리는 것은 예사다. 일반적으로 받던 ‘1부 이자’(총 전세금에서 월세보증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월 1%로 받는 것의 속어)도 저금리를 이유로 야금야금 올리더니 정작 금리가 인상된 뒤엔 요지부동이다. 결국 더 싼 방을 찾으려면 ‘지ㆍ옥ㆍ고’(지하ㆍ옥탑ㆍ고시원)를 찾는 수밖에 없다.


기숙사를 더 많이, 넉넉히 지으면 해결될 문제지만 간단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학내외 기숙사 입주인원을 5만명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장 갈 곳을 찾아야 하는 대학생 거주 수요를 감안할 때 2022년은 너무 먼 미래다.

게다가 대학 주변 임대 사업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2015년부터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고 있는 한양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생들의 주거안정권보다 집주인들의 생존권이 더 입김이 센 셈이다. 이는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대학생을 상대로 한 임대사업이 제법 쏠쏠한 수익형 부동산이란 방증이다. 비단 서울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 국공립대나 유명 대학교 인근 원룸은 자기자본 2~3억원이면 대출을 받아 원룸 건물을 살 수 있다”며 “비교적 공실 걱정이 덜한데다 제법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관심이 크다”고 귀뜸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약자인 대학생이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집주인이 마음대로 작성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일쑤다. 아예 구두계약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보니 관리비 인상, 방쪼개기, 이중계약 등 크고 작은 불법으로부터 스스로 보호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강훈 변호사는 “불법 건축물이라도 전입신고를 하면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구두계약만으로도 임차인의 점유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면 보호받을 수 있다”며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권리 주장을 당부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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