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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규제 대책 후폭풍]“지금 몇층에?”…가격폭락에 하루종일 휴대전화만 만지작
-정부 발표에 신규유입 뚝…하락세 지속

-“손해 회복하면 탈출”…속 타는 투자자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제가 지금 리플 32층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근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서울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종훈(33) 씨는 요즘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전세금을 이용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이 씨는 지난 며칠이 고문이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가상화폐를 현금화해 투자를 그만 하려고 했지만, 개당 3200원에 구매한 ‘리플’이란 가상화폐가 문제였다. 매일 상승세를 기록하던 가상화폐는 이 씨가 구매한 직후 폭락하기 시작해 아직까지도 개당 21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이 나오면서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그래프는 다시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씨의 경우를 두고 ‘32층에서 물렸다’고 표현한다. 개당 3200원에 가상화폐를 구입했는데, 가격이 한 번 폭락한 뒤로 회복하지 못해 되팔 수도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마치 고층빌딩에 갇혀 다시 가상화폐 시세가 오르기만 기다리는 모양새다. 혹시나 다시 가격이 올라 3200원을 돌파해 이익으로 돌아서면 주변에서는 “32층에 있다 구조됐다”며 축하하기도 한다.
[사진=123rf]

문제는 이 씨같이 이른바 ‘물려서’ 가상화폐 차트만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씨의 회사에서도 다른 직원 중 상당수가 가상화폐 때문에 제대로 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다. 대부분 투자자는 손해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업무시간에도 휴대전화를 붙잡고 가상화폐 변동폭을 항상 확인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거래소와 통장 등에 시간 차가 발생하면서 제때 거래를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회사 컴퓨터를 이용해 차트를 확인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아예 회사 차원에서 거래소 사이트를 차단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몰래 휴대전화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지금 주위에는 거래가 아예 막히기 전에 빨리 현금화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이 많다”며 “나 역시 가상화폐 시장에서 빠져나가 보려고 하는데, 가격이 오르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단체 채팅방에서는 아예 대화명을 ‘32층’, ‘45층’ 등 자신이 매입한 가격으로 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상화폐가 해당 가격대를 회복하는 순간 현금화해 투자에서 손을 떼겠다는 신호다.

그러나 이런 ‘탈출 행렬’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모두 나가려고만 하다 보니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걱정처럼 나오던 ‘대탈출’이 정부의 발표 이후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이미 빠져나가기에는 늦은 것 아니냐는 걱정 글도 게시판에 가득하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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