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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열풍과 대책 사이] “가상화폐 아니면 죽음을”…한국은 지금 ‘비트폐인’ 몸살중
틈만나면 시세확인…정상생활 불가능
투자 소외된 사람들 ‘상대적 박탈감’
SNS선 ‘비트코인 우울증’ 용어 등장


#1 회사원 이모(28)씨는 지난 11일 회사에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갖고 있는 가상화폐 이더리움 가격이 점심 시간 직후 급락해 등골이 오싹했기 때문이다. 코인 지갑의 잔고가 불과 1~2시간 만에 한 달치 월급만큼 등락을 거듭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시세를 확인했다. 결국 오후 5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완성하지 못하고 야근을 해야 했다.

#2 대학원생 김모(25)씨는 요즘 숙면이 불가능하다. 최근 친구 말을 듣고 쌈짓돈을 모아 투자한 가상화폐 리플 때문이다. 등락폭에 제한이 없는 데다 24시간 거래 되다보니 신경이 온통 시황에 쏠려 있다. 올랐든 내렸든 리플 시세를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 때문에 그는 매일 2~3시간씩 토막잠을 자 늘 피곤하다.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가상화폐 광풍으로 몸살이다. 특히 투자를 막 시작한 10~30대 투자자는 하루에도 수 차례 급등락하는 코인의 시세를 확인하느라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가상화폐는 요즘말로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를 양산하며 ‘비트폐인(廢人ㆍ가상화폐로 정상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란 또다른 신조어를 만들 지경이다. 업계에서도 ‘코인을 투자한 사람은 5분마다 스마트폰을 확인한다’는 말이 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빈번하다는 건 숫자로도 확인된다. 국내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이 비트코인 관련 상위 10개 앱 사용자 180만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하루 평균 26분 동안 67번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사용 횟수만 보면 수면시간(6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한 시간에 4번꼴로 앱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는 하루 평균 15회(1시간 평균 1회 이하)의 사용 횟수를 보인 증권앱에 비해서도 4배 이상 잦은 것이다.

한 번 이용 시간도 23초 정도에 불과하다. 즉 앱에 들어가 거래를 하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시세 확인을 위해 ‘눈팅(눈으로 확인함)’만 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광풍의 파급 범위는 전방위적이다. 가상화폐 비(非)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퍼지는 쪽으로 변이하고 있다. 학교 선후배나 회사 동료가 몇 달 전에 투자한 코인이 대박이 나 수 십억~수 백억원의 자산가가 됐다는 소문이 들리면 ‘나는 뭘하고 있는 건가’라는 자괴감이 든다는 전언이 적지 않다. 특히 월급을 알뜰히 모아 금리 2%짜리 적금에 꼬박꼬박 넣어왔던 성실 저축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고 한다.

심지어 코인 투자로 천 만 원 단위의 수익을 챙긴 사람들도 박탈감은 여전하다. 함께 투자를 했어도 소액을 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은 탓이다. ‘내 투자금액이 50만원이 아니라 500만원이었다면, 아니 5000만원이었다면…’이라는 후회가 밀려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몇 달 전부터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 태그로 ‘비트코인 우울증’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잘 모르는 기성세대들도 코인 시세만 들여다보는 부하직원들에게 그만 두라고 하고 싶어도 주식이나 게임이 아니다보니 아무 말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라며 “가상통화가 전 국민들의 스트레스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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