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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한·중·일 미술에 스민 유교·불교·도교…그 맥을 짚다
한 시대의 사상이 회화나 조각 등 미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조선시대 문인화 속에는 유교의 이상향이 관념화돼 들어있으며, 겸재 정선의 실경산수화에는 실학의 정신이 녹아있다.

미술이 사상을 담는 또 하나의 그릇이라는 관점에서 한·중·일 미술을 역사적으로 살핀 ‘사상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미술’(돌베개)는 동양미술 권위자인 한정희 홍익대 교수와 소장학자인 최경현 교수가 동양의 사상과 미술을 한 코에 꿰어낸 독보적인 책이다.

책은 중국의 고대 신화부터 중국 자생 사상인 유교와 도교, 인도로부터 전래된 불교, 불교의 지류인 선종, 유교에서 파생한 성리학과 양명학, 서양문물과 함께 들어온 서학, 전통유학의 토대 위에 실증적 성향이 영향을 주어 성립된 실학과 고증학까지 10가지 사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미술로 꽃이 피었는지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동아시아의 삶을 지배해온 사상은 유교, 불교 도교로 집약된다. 특히 유교는 한자문화권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유교의 사상과 윤리의식을 시각화한 미술은 치세이념을 전달하고 위정자의 치세이념을 전달하는 도구적 성격이 강했다. 이는 공자와 제자들의 이야기, 모범적인 인간상인 효자와 열녀, 절부, 충신의 이야기를 통해 유교의 충효사상을 형상화한 미술로 드러난다.

불교는 송대부터 중국의 고유사상인 유교, 도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중국인의 일상과 내세관의 근저를 형성했다. 유교나 도교가 사후세계나 우주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반면 불교는 이를 윤회와 ‘일체유심조’라는 논리로 설명해낸다.

저자들은 이런 불교사상을 근간으로 건축과 공예, 조각, 회화 등 다방면에 걸친 불교미술을 살피면서, 특히 불교사원과 탑, 불상의 한중일 양식의 차이에 주목한다. 일례로 중국의 사찰 건축은 당나라 이래로 중심축을 기준으로 전각을 좌우대칭으로 배치하는 것이 특징으로, 이는 우리나라 삼국시대 사찰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발굴 조사된 고구려의 금강사지, 백제의 정림사지, 신라의 황룡사지 등은 중국식 당탑가람을 따른 것으로 확인된다. 일본에서 건립된 최초의 사찰인 아스카테라는 588년 백제에서 초청된 혜총과 사공, 와공 등에 의해 공사가 시작됐으며, 593년 창건된 시텐노지 역시 백제인이 직접 참여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호류지는 성덕태자가 고구려 승려인 혜자를 스승으로 모시던 시기에 창건됐, 백제와 고구려의 사찰 양식이 남아있다.

조선에서 꽃을 피운 성리학과 미술의 연관성도 주목할 만하다. 학습을 통한 인격도야와 근검절약을 추구하는 성리학은 수묵산수화와 청자미의식으로 표현되는데, 조선에서는 문인화의 발달과 백자사용 확대로 이어졌다.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가 사대부의 삶을 연꽃에 투사해 읊은 ‘애련설’은 그림의 소재로 석도, 정선, 강세황 등에 의해 그려진다. 자유분방한 필묵으로 감정과 개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서위, 진홍수, 석도 등은 양명학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풍속화가 신윤복의 작품이 당시 봉건사회에서 다루기 힘든 민감한 소재를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양명학자들의 문예사상과 궤를 같이한다.

명 말기 크게 성장한 실학과 서학은 한중일 공통으로 명승지를 그린 실경산수화를 유행시켰다. 한국에서는 김홍도, 신윤복을 대표로 하는 풍속화가, 일본에서는 판화형식의 우키요에 풍속화가 유행했다,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전해진 서학은 서양화법으로 그린 그림들을 등장시켰으며 청대에는 서양화법의 그림이 유화 뿐 아니라 중국화에서도 나타나고 목판화나 동판화로도 제작돼 일본의 우키요에에 자극을 주기도했다.

청대에 등장한 서예의 원형을 찾는 고증학은 금석화파를 탄생시켰다. 중국에서는 상해를 기반으로 활동한 조지겸, 오창석 등의 서화가들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중국 화조화의 현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정희의 추사체,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등으로 절정을 이뤘다.

동양의 사상과 문예사의 연관성을 다룬 책은 있지만 그림과의 맥을 연결시켜 체계화하기는 처음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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