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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윤여정은 인터뷰도 참 재미있었다
윤여정의 인터뷰를 통해 느낀 점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인정투쟁’ 관련 칼럼을 읽었다.흥미로웠다. 생존투쟁뿐만 아니라 인정투쟁까지 해야 하는 요즘 사람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에 누가 ‘좋아요’라도 눌러주면 적어도 몇시간동안은 기분이 좋아진다. 소셜미디어의 ‘좋아요’는 인정욕구를 얄밉고 교묘하게 상업화한 장치다.

여기서 ‘좋아요‘는 게시물을 읽었다는 정도(안읽었을 수도 있다)이며 페이스북의 ‘친구’라는 단어도 ‘SNS상 지인’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

연예계에도 ‘인정욕구‘가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다. 나는 이를 연예인을 인터뷰할 때 강하게 느낀다. 연예인 인터뷰 방식이 라운드 테이블이 된 지 오래다 보니 질문들이 공유된다. 가장 흔하게 나오는 질문이 상대의 연기(가창)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이다.

이 질문은 연예인을 인터뷰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A라는 배우에게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B, C의 연기력을 묻고 B와 C에게는 A 선배의 자세와 연기방법을 묻는다. 

이제는 연예인들이 아예 이런 질문에 대해 답변을 준비하고 나오는 듯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100% 연기 잘하고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다. 다만, 표현 방식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예외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배우 윤여정과의 영화 관련 인터뷰에서다.

한 기자가 윤여정에게 질문했다. 이병헌과 박정민의 연기력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윤여정이 말했다. “이병헌의 연기는 이렇고 저렇고, 박정민은 어쩌고 라고 내가 말했다고 기사가 나오면 내가 뭐가 되니?”

평소 늘 하던대로 질문했을 뿐인데, 이렇게 답변하는 연예인은 처음이었다. 후배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를 망설이는 연예인은 봤어도 이렇게 딱 부러지게 말하는 연예인은 처음 봤다.

그러니 윤여정은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해도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웃음이 나온다. 이 대답은 기자가 연예인을 인터뷰때 나온 답변중 가장 재밌는 말이었다. 그러니 윤여정 자신은 ‘윤식당’에 대해 사람들이 뭐가 그리 재밌다고 하는지 모르는 게 당연했다.

욕망에 충실한 답변, 눈치 보지 않는 솔직한 답변이 인터뷰의 가치를 높이는 건 물론이다. 그래야 우리가 앞에서 하는 말(공식)과 뒤에서 하는 말(비공식)의 차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차이가 많이 나면 날수록 피곤한 사회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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