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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밑은 빙판…달동네·음식점 앞 ‘넉장거리’ 조심
직장인 백윤(41) 씨는 오랜만에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내려왔다. 그의 집은 서대문구 백련산 인근. 본래 운동삼아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이동해온 백씨지만, 어제 갑작스레 내린 눈으로 내리막길에서 엉덩방아를 크게 찧었기 때문이다. 백씨는 구두대신 운동화를 신을까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양복 바지에 두꺼운 코트, 정장을 걸치고 집을 나선 백씨는 조심조심 지하철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11일 새벽, 서울 영하 13도 등 전국적으로는 기온이 최저 영하 20도에 달하는 강추위가 한반도에 상륙했다. 전국을 꽁꽁 얼려버린 이번 맹추위는 녹다 남은 눈을 모두 빙판길로 바꿔놨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엘리베이터 앞 보행로가 빙판길로 변한 모습.

이날 오전 마포구와 서대문구 지역 고지대와 번화가 등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의 보행자 도로에는 눈과 고인물이 얼어붙어 단단한 빙판길을 형성하고 있었다. 보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경사가 급한 지역의 비포장도로는 상황이 심각했다. 마포구에 단 하나 남은 달동네로 불리는 염리3주택 재개발구역에서는 동네 곳곳에서 길이 얼어붙은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더욱 그랬다.

이날 길에서 만난 강모(61) 씨는 “출근하려고 내려가는 길이 두배는 더 걸릴 것 같다”면서 “빙판이 없는 지역도 신경쓰고 조심조심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는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었다. 덕분에 눈이 녹은 부분도 많았지만, 뿌려진 염화칼슘에도 물기가 어려있는 곳도 종종 보였다.

경의선 신촌역(지상)과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에서도 빙판길이 보였다. 인적이 비교적 드문 신촌역 앞은 여전히 눈이 치워지지 않았고, 이는 고스란히 빙판길로 변해서 보행자들의 발걸음을 막았다. 이 일대 음식점들에서 흘러나온 물은 하수구로 향하는 길에 얼어 큰 빙판을 만든 경우도 종종 보였다.

사람이 많은 이대역도 마찬가지였다. 이대역 앞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온 곳은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완만한 경사지에 얼음이 얼어있는 모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시민들은 보행로 옆의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안양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권성현(28ㆍ여) 씨는 이날 거리를 걷다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다. 그는 “길 전체가 빙판이면 오히려 더 조심했을텐데, 간간히 빙판이 있다보니 방심했다”며 “출근 내내 서서가야 하는데 허리가 아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 10일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일부 해안가를 제외한 전국에 한파특보를 내린 상황이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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