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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판 중심이 된 3040…소설, 젊어지다
조남주·최은영·손홍규 등 3040 작가
다양한 서사 기법·새로운 리얼리즘으로
스타 작가들과 차별화, 독자들 사로잡아

‘신경숙 표절논란’ 문단권력 논쟁 분수령
젊은 작가들 다양한 목소리 분출 계기

지난해 50만부 판매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 논쟁과 함께 시대의 아이콘으로 새해에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해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은 상실과 실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얘기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데다 ‘알쓸신잡 효과’까지 더해 김영하는 ‘살인자의 기억법’과 ‘오직 두 사람’ 두 권을 지난해 연간 베스트셀러에 올렸으며,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수상 이후 ‘소년이 온다’가 다시 조명을 받아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이들은 50대에 막 진입한 김영하 작가를 빼고는 모두 30,40대 작가다. 그동안 황석영, 김훈, 공지영, 신경숙으로 굳건했던 베스트셀러 작가군이 확 젊어졌다. 

지난해 3040 젊은작가들은 한국의 부조리한 상황, 폭력적인 환경에 특히 주목했다. 그 중심에 ‘82년생 김지영’ ‘현남 오빠에게’ ‘다른 사람’ 등의 페미니즘 소설이 활약했다. 이런 흐름은 2018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이설, 조남주, 최정화 작가가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주목할 만한 3040 작가군은 누구?=지난해 한 온라인 서점이 실시한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는 27만명의 독자가 참가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조사에서 조남주 작가는 전체 투표자 총 5만8948표(6.1%)를 얻어 1위로 뽑혔다. 김금희 작가(4.2%), 손아람 작가(4.0%), 강화길 작가(3.8%)가 독자들의 높은 선택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30,40대 작가다. 김금희는 2016년 ‘너무 한낮의 연애’로 2016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문단의 중심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디 마이너스’‘소수의견’ 등을 통해 우리사회 소외의 이면을 드러내온 손아람 작가는 미디어를 넘나들며 활동중이다. 또 다른 조사인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선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과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가 뽑혔다. 까다로운 입맛의 소설가들을 매료시킨, 이들 역시 3040 작가다.

지난해엔 특히 젊은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쇼코의 미소’의 최은영 작가, 지난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그 개와 같은 말’의 임현 작가, ‘아무도 아닌’ ‘계속해보겠습니다’의 황정은 작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한 ‘아몬드’의 손원평 등은 상반기 소설 베스트셀러 20위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로, 모두 30대다. 이밖에 버려진 것들에 주목한 ‘해적판을 타고’의 윤고은, ‘친밀한 이방인’으로 흥미로운 서사를 보여준 정한아 역시 30대다.

이들은 현실을 직조해내는 서사의 기법도 저마다 다양하고 개성적이라는 점에서 한국 소설의 새로운 리얼리즘이란 평가와 함께 르네상스를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반면, 지난해 스타작가의 활약은 다소 미흡했다. 김훈의 ‘공터에서’는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그려낸 작가의 5년만의 신작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반응은 예전만 못했다. 더욱이 소설 속 일부 묘사가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됐다. 공지영의 12년만의 신작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역시 기대에 못미쳤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15년 ‘신경숙의 표절논란’으로 뜨거워진 문단권력 논쟁이 분수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창비, 문학동네, 민음사, 은행나무 등 문학전문 출판사들이 소설 콘텐츠를 담아내는 문학잡지의 일대 쇄신에 나섰기 때문이다. 독자와 작가 중심으로 콘텐츠와 형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쟝르의 폭이 넓어지고 젊은 작가들을 위한 마당이 대폭 늘어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2018년엔 어떤 소설이 주목받을까=올해 가장 먼저 문학상 수상자를 알린 이상문학상의 주인공은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의 작가 손홍규씨로, 40대 초반 작가다. 2001년 등단한 작가로 21세기 등단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기는 김애란 이후 두 번째다. 매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집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문학사상)는 이달 말에 출간된다.

조남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을 비롯, ‘위저드 베이커리’의 작가 구병모의 신작소설 , 황정은의 장편소설 ‘웃는 남자’(가제·창비), 이기호의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문학동네)는 관심을 가질 만하다. 김금희의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창비), 대산문학상을 각각 수상한 정세랑과 손보미, 최은영의 소설집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50대 인기작가들도 올해 속속 귀환한다. 박민규 작가는 장편소설 ‘홀리랜드’(창비)로 돌아오고, 하성란 작가는 ‘정오의 그림자’(은행나무), 은희경 작가는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 공지영 작가는 사회성 짙은 장편소설 ‘해리’(해냄)를 각각 출간한다.

이 밖에 지난해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고 미국에서 일대 화제를 모은 40대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문학사상)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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