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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희망도 실망할 것도 없는 무미건조한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취임 후 처음 내놓는 신년사라 많은 기대와 관심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도 이런 관점에서 삶의 질 개선과 혁신 성장, 평화적 남북관계 진전과 개헌 등을 강조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국정 운영 방침과 각오를 다시 한번 피력한 것이다. 그러기에 크게 희망적인 것도 실망할 것도 없는 무미건조한 신년 구상이 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내용면에서도 눈길을 끌만한 새로운 제안이나 구상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 신년사에서 ‘통일 대박’이란 화두를 던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과 미래준비를 담은 ‘국정운영 4대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안전과 관련한 실행계획에 불과할 뿐이다.

신년사 전반의 흐름도 국정 운영 철학의 재강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신년사 첫 머리 상당부분을 이른바 ‘촛불 정신’ 의미에 할애하며 정의롭고 안전하며 평화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사람중심 경제’를 강조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최저 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뒤이어 담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개헌에 대한 입장 등 그간 숱하게 들어왔던 내용의 반복 설명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재벌 개혁에 대한 언급은 문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퍼런 서슬이 느껴진다.

외교 안보 분야도 다를 게 없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임을 거듭 천명하면서 남북 대화와 한반도 평화, 전쟁없는 일상 등에 방점을 두었다. 최근 논란이 된 일본과의 위안부 협정은 한일 관계도 잘 유지하고,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도 회복해 나가겠다고 했으나 그 구체적인 방법론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운영 기본 방향을 신년사에서 강조하는 것이 잘 못됐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1년 가까운 집권기간 동안 시행했던 정책들이 다 잘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과 개선 방향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자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담은 신년사는 또 다른 ‘불통’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국민통합에 대한 한마디 언급쯤은 있었으면 모양새가 한결 좋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이끄는 지도자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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