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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유삼주 (사)전국장애인표준사업장 연합회 회장]장애인 생산제품 구매는 그들의 미래를 돕는 일
“저도 야근하면 안 될까요?”, “저 내년에도 근무할 수 있나요?”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말이다. 부산에서 LED 조명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필자는 지금까지 장애인근로자 20여 명을 채용해 함께 일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들어왔다.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대신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장애인근로자는 야근을 해서라도 급여를 더 많이 받고 싶어 한다. 장애인이 주로 보호를 받고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로 인식됐던 것에 비해 이곳에서는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우연한 계기로 한 장애인근로자의 채용 면접을 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선입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면접 당시 왜 일을 하냐는 나의 질문에 장애인근로자는 “돈을 벌어야 해요”라는, 당연하지만 그래서 더 놀라웠던 대답을 했던 것이다. 그 열정이 나의 편견을 없앴고, 결국 첫 장애인근로자 채용으로 이어졌다.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장애인근로자를 채용하며 정부로부터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기도 했다.

나를 변화시킨 우리 회사의 첫 장애인근로자는 지금 LED 생산라인의 반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필자는 취업을 통한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에게 ‘최고의 직장’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고 자부한다. 장애인 10명 이상을 고용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장애인편의시설을 구축하며,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여 이들이 자립하기 위한 지원을 해 주는 곳이 바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300여개의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6000여 명의 장애인이 희망찬 미래를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올해 공공기관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하며 매출확대와 장애인근로자 고용확대의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이뤄냈다.

지난 2014년 시행된 ‘(공공기관) 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와 올해 시행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지표’에 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구매실적이 반영되면서 몇몇 공공기관에 적지 않은 금액의 LED를 납품하게 됐으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장애인근로자 5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특히 장애인이 만들기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을 거라는 기우가 만연함에도 조달우수제품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 ISO9001을 비롯해 200여종이 넘는 기술인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공공기관 관계자들에게 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우선구매 제도를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선구매 제도는 함께해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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