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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해빙무드 ‘성큼’…힘받는 文 ‘운전대론’
文·트럼프 30분간 통화…군사훈련 ‘중단’ 합의
신중기류 부각…유엔 제재 엇박자 고려
미국 우려 불식 위한 ‘공조’ 재확인도


남북 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해왔던 ‘운전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운전대론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남한이 갖는다는 구상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들도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일 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도 미국측이 먼저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가 일단은 운전석에 앉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4일(현지시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세제개혁안 서명에 관한 영상 메시지를 듣고 있는 모습. [워싱턴=UPI연합뉴스]

▶美 요청으로 30분간 통화= 5일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문 대통령과 연락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서 양 정상 간의 통화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정상 통화를 요청한 것은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관계 개선 상황과 연관이 깊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고(1일), 남한이 환영 의사를 밝히자(2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이 재가동(3일) 됐다. 양 정상의 통화 시간 대부분도 최근의 남북 관계 개선 상황에 할애됐다.

양국 정상은 통화를 통해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신 한미 양국 군은 올림픽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에 최대한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도발하지 않을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주시면 평창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며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한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전격적인 이번 결정에는 미국 내부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백악관 내부 사정을 폭로한 책(화염과 분노)이 미국 시각으로 오는 9일 발간된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 정보원을 만난 건, 반역 행위라고 비판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미국 국내 문제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라 ‘핵단추 vs 더큰핵단추’ 입씨름을 벌일 겨를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힘받는 ‘운전대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남한이 가진다는 문재인 정부의 ‘운전대론’도 힘을 받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장성택을 숙청한 이후 최악 상태로 평가되는 북중 관계가 지속되고 있고, 북미 관계 역시 이전 어느때보다 험악해진 상황에서 강국들이 남한을 바라보는 시선에 각별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도 이런 저런 방법을 다해봤는데 안통하니 남한이 ‘뭐라도 해보라’는 것 같다. 중국의 북한 압박도 효과가 없었다”며 “북한 역시 다른나라들에는 안되니 결국 한국을 대화 상대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선 ‘신중기류’도 역력하다. 일단은 ‘안전운행’ 모드로 가겠다는 의지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북한과의 협상 실무는 통일부 주관으로 진행키로 했다. 청와대는 한발 물러선 스탠스다. 청와대 내에 만들어진 ‘평창TF’ 역시 현재로선 비상근 체제로 느슨하게 운영중이다. 평창올림픽 전야제를 남북한이 동시에 연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경로로 전달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진행중인 원유 공급 중단 등 유엔 차원의 북한 제재가 진행되는 과정에 ‘엇박자’를 내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한미정상간 두터운 신뢰가 잘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점도 청와대의 고려 대상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대화를 언급하는 동시에 미국을 위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 핵버튼이 더 크다”고 맞받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4일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을 접견한 것도 확고한 미국과의 공조가 우위에 있음을 재확인키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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