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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惡)에서 선(善)을 구할 수 있을까…미리보는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평창동계올림픽 연계 국제미술전

20여개국 작가 60여명(팀)이 참여

악한 상황 나열아닌 인간성 회복 역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함께하는 국제미술전 ‘강원국제비엔날레’가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일부 참여 작품이 확정되면서 비엔날레의 주제인 ‘악의 사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오염, 신계급주의, 배타적 애국주의, 순혈주의, 난민, 불평등 심화 등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는 다양한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이러한 악이 기록된 사전인 ‘악의 사전’을 헤럴드경제가 미리 만나봤다.

공개된 출품작들은 홍경한 총감독의 기획의도 대로 인간사회의 ‘악(惡)’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악한 상황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악한 상황을 직시하게 만들어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아야한다는 역설을 강조한다. 홍경한 총감독은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모든 삶을 보호할 수 있는 공동의 선(善), 결핍의 선에 관한 국제적-예술적 대화를 고민했다”며 “‘악의 사전’은 화합과 상생, 평등과 평화, 차이의 극복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베이스로 하며 그 정신을 현실로 확장해 소환한다”고 말했다.

강원국제비엔날레는 2월 3일부터 3월 18일까지 강원도 강릉시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일원에서 개최된다. 아래는 참여확정 작품들이다. 
박종필, 잠수사(2017)중 한 장면 [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박종필 ‘잠수사’=지난해 7월 간암으로 세상을 뜬 영상 활동가이자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인 고(故) 박종필의 유작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는 빈곤운동과 장애인권운동의 현장을 누비며 다름이 차별이 되는 사회와 불평등한 현실에 저항했다. 장애인, 노숙자, 세월호 유가족의 삶을 카메라에 기록했고, 이들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했던 활동가다. 이번비엔날레에서는 비엔날레최초로 대중교통과 장애인 이동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 버스를 타자’, 정규과정을 거치지 못한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검정고시야간학교 ‘노들야학’의 학습권을 담은 ‘노들바람’, IMF 실직 노숙자의 삶을 다룬 ‘거리에서’, 세월호 민간 잠수사가 등장하는 ‘잠수사’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완, 더욱 밝은 미래를 위하여, 2016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이완 ‘인간에 대한 선험적 예측’=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원형 잔디밭에 설치될 이 작업은 이완 작가가 2017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조각 작업 ‘더욱 밝은 미래를 위하여’의 연작이다. 남성의 얼굴엔 기계 장치 같은 형상이, 여성의 얼굴엔 패턴이, 아이의 얼굴엔 전자기판 형상이 조각됐다.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이 가족상의 얼굴은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의미한다. 1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기계장치를 한 남자와 2차3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패턴과 그리드의 얼굴을 한 여성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나 AI시대를 상징하는 기계회로로 된 얼굴을 한 아이가 한 가족이다. 이 얼굴들의 역사에는 이데올로기, 종교, 인종, 욕망 등으로 살아온 인류의 유전자를 담고 있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심승욱, 부재와 임재 사이, 2015.[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심승욱 ‘안정화된 불안-8개의 이야기가 있는 무대’= 8개의 금속 펜스(fence)로 둘러쳐진 팔각의 공간과 그 중앙부에 자리한 높은 확성기 탑으로 구성된 심승욱의 ‘안정화된 불안’은 빈곤, 분쟁, 전쟁, 환경문제와 이에 관련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굿네이버스’와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수집한 실화들이며, 이를 바탕으로 작가가 재구성했다. 이 작품은 폭력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어버린 레슬링 옥타곤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미디어를 통해 경험되는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무뎌져 가는 타인의 비극에 대한 현대인의 감성과 태도를 보여준다. 작품 어디에도 비판과 변화를 요구하는 지점은 경험되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무감각은 그 어느 순간보다 고착화됐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김승영,공사중인 평화의 탑(2017) [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김승영 ‘바벨타워’=영상, 설치, 사운드아트 등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며 획일적이지 않은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 김승영은 이번 비엔날레에 ‘바벨타워’를 선보인다. 온 땅의 언어와 말이 하나였다가 사람들의 마음과 언어가 혼잡해짐에 따라 뜻이 다른 사람들이 흩어지고 도시가 건립되는 과정을 다루는 ‘바벨탑’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작가는 스피커와 벽돌, 사다리로 만들어진 바벨탑을 통해서 바벨탑 신화에서 가지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소통의 문제 그리고 언어의 흩어짐으로 야기된 혼란을 표현했다. 

양아치, When two galaxiesmerge, 에르메스갤러리 전시 전경, 2017.[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양아치 ‘Tree Man(트리 맨)’= 양아치 작가는 ‘어떤 욕망의 최대치’를 작품화했다. 그의 욕망은 욕망의 동반자를 만나는 순간, 스스로 성장, 복제, 확장, 증폭, 합체, 변신하여, 거대한 무대를 만들어내며, 스스로 그 거대한 무대의 왕이 된다. 그리고 거대한 욕망의 빛과 어두움을 휘두르며, 본격적으로 불안, 루머, 우울, 공포, 외면, 희비, 경쟁, 절망, 폭력, 거세, 치욕을 무대 밖으로 토해낸다. 이 작품의 개요는 이렇다. 가리왕(迦利王)은 공작부인을 만난다. 공작부인 노인의 모습이며, 그의 자식은 나무인간 Tree man이다. 트리맨이 있는 곳은 성경에서 나오는 에덴과 같은 곳이며, 그곳을 벗어난 그는 점차 지금 우리의 모습처럼 변해가며, 인간처럼 말한다. 결국, 우리는 생명이 가득한 곳으로부터 왔고, 지금의 우리는 생명으로부터 멀리 떠나있으며, 가장 강렬한 악의 얼굴로 마무리한다. 이를 작가는 프랑스의 역사가 미셸 드 세르토의 글로 인용, 부연한다.

Rafael Gomez Barros, House Taken, 2008 [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라파엘 고메즈 바로스 ‘House Taken(집 점령)’= 콜롬비아 출신 작가인 라파엘 고메즈 바로스는 400여 개의 개미 조각을 통해 실향과 강제 이주, 그리고 이민자들의 ‘뿌리 뽑힘’에 관한 문제를 던진다. 민족주의, 인종주의, 이념갈등, 지역갈등으로 인한 내전일 수도 있고, 전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로 인한 불평등과 불균형 때문에 ‘난민’으로 몰릴 수도 있다. 몸길이 90센티미터의 개미들은 두 개의 해골이 맞붙어 있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갈라진 콜롬비아 사회를 반영한다.

특히 일상적 건물의 외벽과 내벽을 빽빽이 뒤덮어 비일상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킨 개미떼는 대량으로 유입된 이민자 사회를 은유한다. 평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인지하기 어려우나 실질적으로는 이미 전세계의 보편적 문제로 자리잡은 이민자와 난민 문제에 주목하도록 만든다. 강원국제비엔날레에서는 전시장 입구부터 전시장 중앙까지 이어지도록 설치될 예정으로, 그 스케일 면에서 남다른 분위기와 위압감을 선사할 것이다.

Li Bin Yuan, Deathless love, 2013 [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리 빈유안 ‘Deathless Love(죽음 없는 사랑)’=중국 작가인 리 빈유안은 폭력과 파괴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오늘날의 현실과 문명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가? 현안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답은 우리가 고유의 인간애와 사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애와 사랑이야말로 신뢰와 희망을 창조한다. 출품작인 ‘Deathless Love’는 순교자적 행위이기도 하다. 신체와 도구 사이의 싸움을 통해 순수와 영적인 구원을 얻고자 함이다. 폭력으로 폭력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그리고 이 모든 표출의 과정을 거쳐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것이 작품의 목표다. 

Dont follow the wind, A Walk in Fukushima, Biennale of Sydney 전시장면.[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돈 팔로 더 윈드 ‘A Walk in Fukushima(후쿠시마 산책)’= 다국적 그룹 ‘돈 팔로 더 윈드(Don’t follow the wind)’는 침 폼, 켄지 쿠보타(일본), 에바&프랑코 마테스(이탈리아), 제이슨 웨이트(미국)를 멤버로 한다. 강원국제비엔날레에선 아무도 살지 않는 방사능 오염 지역의 안팎을 360도로 촬영한 비디오 작품(VR) ‘A Walk in Fukushima(후쿠시마 산책)’을 선보인다. 출입통제 구역에 대한 내밀한 경험을 제공하는 이 비디오는 원자력 발전소 아주 근접한 곳까지 담고 있다. 비디오에는 이곳에 살던 한 주민의 인터뷰도 나오는데, 그는 비디오에 담긴 자신이 살던 집을 이야기하며 텝코(TEPCO) 제휴사에서 일했던 것에 대한 내적 갈등을 털어놓는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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