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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낳았다고 다 부모는 아니다…여전한 친부모 아동학대
아무리 저출산 시대라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낳는 게 박수받을 일은 아닌 듯 싶다.

최근 친부모의 아동학대로 인해 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되면서 부모교육을 의무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종된 고준희(5) 양은 결국 지난달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준희 양 가족들이 지난달 8일 경찰에 ‘거짓 실종 신고’를 한지 22일 만이었다. 준희 양의 뒤쪽 갈비뼈는 2개 이상 부러진 상태였다.

친부인 고모(36) 씨는 준희 양을 수 차례 폭행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준희 양이 지속적인 아동학대에 시달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아동학대 관련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2월 인천에서는 11세 소녀가 친부로부터 수년 간 학대를 받은 끝에 맨발로 탈출했고, 2016년 3월에는 7세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모에게 학대를 받다가 숨진 이른바 ’원영이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아동학대 조기 발견 시스템을 마련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취학예정인 아동이 입학하지 않거나 재학 중인 학생이 이틀 이상 무단결석 시, 학교장은 보호자에게 경고를 하고, 결석이 계속될 경우 읍ㆍ면ㆍ동사무소나 교육청에 신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준희 양을 죽음을 막진 못했다.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미취학아동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아동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이틀 이상 결석할 경우 교직원이 가정을 방문하도록 했다. 아이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방문해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도록 권장하는 대응 매뉴얼도 마련했다.

그러나 해당 매뉴얼은 강제력이 전혀 없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아동에겐 적용할 수도 어렵다.실제로 준희 양은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집을 가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준희 양의 실종을 알지 못했다.

일각에선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처벌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처벌 규정은 매번 강화되어 왔다.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아동학대치사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아동학대 조기 발견 시스템을 구축했고, 아동학대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그러나 아동학대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친부모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서울시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시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확인한 아동학대 사건 총 1179건 가운데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80.7%(951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부모 가해자들의 해명은 대부분 ‘훈육 차원’에서 체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벌과 아동학대의 경계선은 명확하다. 체벌 지속성과 강도다. 체벌 강도가 세지고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이는 분명 아동학대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하더라도 ‘훈육’을 위한 것이었다는 합리화에 급급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그릇된 인식은 부모교육의 부재에서 온다고 지적한다.

한 아동학대 예방 전문가는 “자녀 양육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이른바 ‘준비되지 않는 부모’에 의해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이를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중고등학교때부터 부모의 역할을 수업과 놀이를 통해 가르친다. 일부 대학에선 부모교육을 대학의 교양과목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동학대 행위자에게만 부모교육을 실시한다.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후 법원으로부터 교육 수강명령을 받거나, 아동학대 사건이 가정법원에 아동보호사건으로 넘겨질 경우에만 부모교육이 강제된다. 아동보호기관이 아동학대 신고 단계에서 부모에게 부모교육을 권유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는 실정이다.

부모교육은 단순히 아동학대 예방법이 아닌 자녀양육법이다. 양육 기술 습득을 통해 양육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동학대는 어느 집에서나 ‘훈육’을 빙자해 발생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아동학대범으로 전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좋은 부모가 되는 법, 자녀를 잘 키우는 법은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배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누구나 부모가 되는 것은 처음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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