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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적폐 정책이란?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前) 정권의 개성공단 폐쇄, 전전(前前) 정권의 5ㆍ24 대북 제재조치가 적법 절차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보수 정권의 통일 교육도 “편향된 교육”이었다는 결과도 아울러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문제점이란 바로 정책의 연속성에 관한 문제다. 정책이란 정권을 초월해서 계속 유지돼야 한다. 물론 세제 문제나 다른 국내 차원의 정책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외교 정책 혹은 대북 정책과 같은 안보 관련 정책은 정책의 연속성이 생명과 다름없다, 그래서 외교나 안보에 대한 정책은 정권과 정파를 초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부의 ‘적폐청산 TF’ 성격의 정책혁신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보면, 이런 정책의 연속성을 훼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외교나 대북정책의 연속성이 중요한 이유는 국가의 대외 신뢰도와 관련돼 있고, 공무원의 직무 집중도와도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우선 지금 와서 개성공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이었다고 하며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행위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그런 발표를 하면 미국을 비롯한 우방들의 신뢰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성공단 폐쇄의 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대외적 환경과 주변국들의 우리나라에 대해 갖는 신뢰를 먼저 고려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일 그 때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문재인 정부는 지금과 같은 북한 핵 정국에서 오히려 더욱 큰 부담을 가졌을 수도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당시 개성공단 폐쇄로 손해를 입은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에 더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지적할 점은, 이런 방식으로 과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공무원들이 일을 하기는 아주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북정책이나 외교는 공무원들 개인이 ‘소신껏’ 일할 수는 없는 분야이기에 윗선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자신들의 업무가 바뀐 정권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면, 공무원의 입장에선 억울하고, 또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통일부 쪽에 책임을 묻지는 않았지만, 당시 그런 일들을 맡아서 했던 공무원들의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만들면, 공무원의 입장에선 지금 정권이 추진하는 일들을 수행하는 것도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나중에 정권이 또 바뀌면, 이번엔 반대쪽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식의 정책에 대한 ‘평가’아닌 ‘평가’는 국가적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 정권의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상당한 애로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국민들이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공무원들이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주저하게 되면, 국가적 차원의 일들이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은 필요하다. 부정부패 그리고 불공정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했던 이들은 단죄돼야 마땅하며,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시스템은 고쳐져야 한다. 하지만 대북정책이나 외교정책마저 그런 대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적폐 청산 대상도 골라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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