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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경 선정 올해의 한자 '革'] 촛불혁명·혁신성장…변화의 바람 몰아친 2017
부조리 태우며 발화한 ‘촛불’
보수·진보 적대시 진영논리속
올바름을 향한 변화에 직면
고립의 길 美·분열 조짐 유럽
새질서 찾기위한 혁명 진행중


가죽 ‘혁(革)’은 ‘낡아서 해진 가죽을 새 것으로 간다’는 의미를 담은 글자다. 주역(周易)은 ‘하늘과 땅이 바뀌어 네 계절을 이루듯 은(殷) 탕왕과 주(周) 무왕의 혁명은 하늘의 뜻에 따르고 사람들의 요청에 응한 것(天地革而四時成 湯武革命順乎天而應乎人)’이라고 적고 있다. 혁명(革命)의 어원이다.

혁은 주역 64괘(卦) 가운데 태이(兌離)다. 택화혁(澤火革)이다. 연못 속에 불이 있는 형국이다. 상극의 불안한 상태다. 헤겔의 변증법을 빌리면 정(正)과 반(反)이 만나 합(合)으로 가는 과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 내부에 자리한 부조리(不條理)들이 드러났다. 촛불이 이를 불태우며 정권이 바뀌었다. ‘촛불혁명’을 자처하는 새 정부는 ‘적폐청산’을 내걸며 출범했다. 곳곳에서 ‘혁신’이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보와 보수 간 골은 깊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진영논리’가 여전하다. 주역은 ‘태이’ 괘에서 올바름(貞)을 강조한다. 중용(中庸)의 ‘화(和)’와 통한다. 사사롭지 않고 공정한 변화만이 불안한 물과 불이 만난 상황을 끝낼 수 있다.

냉전 붕괴 이후 전세계는 핵군축(核軍縮)으로 핵전쟁의 불안을 진화해왔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성공은 새로운 불길이다. 일본은 공공연히 재무장에 나섰고, 미국은 대(對) 중국 견제를 강화했다. 통제 받지 않는 북한 장거리 핵전력의 현실화는 극단의 대립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진화해야 할 불길이다. ‘물’(대화)이 주도할 지, ‘불’(무력)이 진압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랜 침체의 늪에 빠졌던 경제에도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이뤄진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대한민국은 빚더미에 올랐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부 업종의 수출이 초호황을 이뤘고, 덕분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정상화에 나설 수 있었다. 전세계가 금리 정상화를 시작한 만큼 우리만 마냥 그 시기를 늦출 수도 없는 형편이다. 당장은 상극이다. 금리가 오르면 빚 부담이 커진다. 빚을 줄이면 소비가 위축돼 금리정상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상생의 길은 소득성장이다.

나라 밖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스페인 카탈루니아의 독립시도 등은 모두 기존 질서에의 변화를 예고하는 새로운 불길이다. ‘민주’와 ‘세계화’를 이끌었던 미국은 ‘독주’와 ‘고립화’를 고민하고 있다. 분리주의의 득세로 ‘하나의 유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유럽이 분열할 때마다 세계적 사건이 벌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진행된 계층간, 지역간 양극화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혁명의 의미는 다소 과격해졌다. 하지만 본래 의미는 그렇지 않다.

‘레볼루션(Revolution)’의 어원은 ‘회전하게 하다, 굴리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volto’이다. 접사인 ‘e-’를 첨가하면 ‘전개하다, 발전시키다, 진화하다’는 뜻으로 확장되고, ‘다시’라는 의미의 접사 ‘r(e)-’까지 붙이면 ‘revolu´t1˘o’가 된다. ‘한바퀴 굴러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다’라는 뜻이다. 주역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질서를 담고 있다. 변화가 곧 자연의 이치다.

혁의 상괘 태(兌)는 팔(八), 구(口), 인()이 결합된 회의문자이다. 사람이 웃어서 입이 벌어진 모습을 담고 있어 ‘형통하다’, ‘기쁘다’는 뜻으로 이어진다. 올바르지 못한 것을 기뻐할 경우 사악한 곳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반드시 올바름(貞)을 지켜야 이롭다. 하괘 이(離)는 ‘떠나다’라는 의미를 갖지만 ‘붙다(麗)’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불은 반드시 다른 사물에 붙어야 타오를 수 있다. 불은 ‘밝다’의 뜻도 갖는다. 괘 풀이를 보면 “올바른 것이 이롭다”이다. 결국 혁명은 올바름을 향한 변화다.

새해에는 30년만에 대한민국 헌법 개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도 크다. 소득성장을 이끌 4차 산업혁명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세계 곳곳의 분열도 ‘파국’과 ‘공존’ 간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혁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홍길용 금융재테크섹션 에디터/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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