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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반려견과 공감능력
광장의 촛불로 시작한 정유년은 대통령 탄핵과 문제인 정부출범, 한반도 미사일 위기, 부동산 가격 폭등, 포항 지진 그리고 최근의 제천 화재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경험하였다. 또한, 미투 운동으로 대변되는 페미니스트 운동의 강화와 가상화폐 열풍도 올해에 나타난 중요한 사회 현상이다.

반려견과 관련된 사건이 유독 많았던 해로도 2017년이 기억될 것이다. 지난 10월 유명 음식점 주인이 유명 연예인이 키우는 반려견에 물려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반려견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도봉구에서는 6월 맹견 두 마리가 한밤중 집 밖으로 나와 주민 3명을 무차별 공격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였으며 9월에는 전북 고창에서 산책하던 40대 부부가 사냥개 4마리에 물려 크게 다쳤다.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에 물려 숨진 사례도 있었다. 7월 경북 안동에서 70대 여성이 기르던 풍산개에 물려 숨졌고, 10월에는 경기도 시흥에서 한 살짜리 여자아이가 진돗개에 물려 목숨을 잃었다.

반려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매우 다양하다. 한쪽 극단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인식하는 반면, 다른 극단에서는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한다. 반려견 호텔과 유치원을 넘어서 최근에는 반려견을 위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시작되었다. 가축으로부터 가족 일부로 우리의 반려견에 대한 생각이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반려견에 대한 공감능력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반려견에 대한 공감능력은 외국에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1970년대에 비하여 반려견 수는 3배 중가한 데 비하여 유기견 수는 5배나 감소하였다. 지난 10월에는 아픈 반려견을 위한 반려견 주인의 병가를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이번 판결은 동물학대죄에 대한 반대급부로, 반려견의 학대가 죄가 된다면 반려견의 복지도 법으로 보호해줘야 한다는 논리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사회문화적 차이에도 꾸준히 공감능력을 키워왔다. 봉건시대의 영주와 농노, 미국의 흑인 노예제도, 인도의 카스트제도, 우리나라의 양반과 노비 등과 같은 인간 사이에서의 차별적 요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없어지거나 약화되는 방향으로 사회는 발전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들 사이의 공감능력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는 통일을 향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라고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인간의 공감능력 확장은 전 인류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는 통일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인간의 공감능력은 인간을 넘어서 반려견과 같은 동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인간의 공감능력은 동물을 넘어서 무생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공감현상이다. 2015년에 일본에서는 수명을 다한 애완견 로봇인 아이보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아이보는 1999년에 소니사에 의해서 판매되기 시작하였는데 6년 후 완제품 판매가 중단되었으며, 2014년에는 부품의 생산도 중단되었다. 그러자 2015년부터 부품이 없어서 더는 수리를 할 수 없는 아이보들이 나오면서 아이보의 장례식이 거행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예로, 구글의 자회사였던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는 로봇들이 외부압력에 잘 대응한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로봇을 발로 차는 실험을 하였는데, 이에 많은 사람이 역겨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로봇 페퍼는 구매자에게 페퍼를 갖고 어떤 성적인 행동이나 외설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동의를 받는다. 페퍼에 대한 사용자의 공감능력에 대한 통제이다.

새해에도 우리 앞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인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정심이 아닌 공감능력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무술년 개띠의 해에 경제적 성장과 함께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의 성장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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