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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빛나는 청춘’은 고사하고 ‘빚많은 청춘’이라니
정부가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옛 가계동향조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30세 미만 가구주의 부채 증가다. 20대가 대부분인 이들의 올해 3월 말 현재 평균 부채는 2385만이나 된다. 1년 전의 1681만 원보다 무려 704만 원(41.9%)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12.7% 증가때도 화들짝 놀랄 판인데 올해는 그보다 3.3배나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늘을 찌르는 청년 실업때문이다. ‘청년실신시대(실업+신용불량)’라는 신조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대구청년유니온이 지난 10월 지역 청년 직장인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채 실태 조사는 오늘날 한국청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응답자의 97.5%인 390명이 평균 26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대출 금액의 60%는 학자금대출 상환에 쓰였고, 나머지 40%는 거주비(전세대출ㆍ임대료), 취업준비비(학원비ㆍ교재비ㆍ옷값)에 사용됐다.

그들은 한 달 평균 수입(183만원) 3분의 1인 53만원을 빚 갚는데에 쓴다.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 108만원의 대부분은 생활비다. 대출 상환액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하면 161만원이다. 한 달 수입 90%를 빚 갚고 먹고사는데 쓰는 셈이다. 특히 대출자 3명 중 1명은 고금리의 2ㆍ3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

그나마 이들은 어떻게든 직장을 구해 최후의 저지선을 지키는 젊은이들이다. 아직도 취업을 준비중이거나 실업상태에 놓인 젊은이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과도한 빚을 갚지 못해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20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파산 신청자는 5만2310명으로 2013년 5만8951명에 비해 9% 감소했다. 면책 신청자도 2013년 5만6935명에서 작년 5만155명으로 11.9% 줄었다. 하지만 유독 20대의 파산ㆍ면책 신청은 각각 1.5배(484명→743명), 1.2배(628명→730명) 증가했다. 일부 자격취득 제한과 취업제한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개인파산을 선택할만큼 재정적 고통을 겪는 20대가 많다는 의미다.

빚은 젊을 때 사서 하는 고생쯤으로 치부할 수 없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청년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집을 살 생각도 결혼할 엄두도 내지 않는다.리스크가 큰 창업은 포기하고 안정적인 공무원만 찾게 된다.

‘빛나는’ 청춘이 되어야 할 시기에 ‘빚많은’ 청춘들의 유일한 꿈이 빚으로부터의 탈출이라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하다. 청년실업 해소가 최우선 정책과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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