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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강감찬 도시’ 브랜드가 뭐길래
프랑스가 최고라 자랑하는 세계적 상표의 소금은 사실상 우리나라 천일염보다 품질 면에서 나을 게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운동화에 해외 유명상표를 붙이면 몇 배로 값이 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브랜드가 가치를 말해준다.

도시도 자기만의 고유 브랜드가 있어야 대접받는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도 ‘절규’로 유명한 화가 뭉크와 상징적 자연주의의 대표적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이 문화의 도시 오슬로의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관악은 고려 명장 강감찬 장군의 탄생지이다. 북두칠성 네 번째 별인 문곡성(文曲星)이 떨어진 자리에서 장군이 태어났다 해 낙성대라 불린다. 그러나 낙성대를 지하철역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강감찬 도시 관악’ 만들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장군의 생애 업적과 현대적 의미를 분석한 학술연구용역을 실시했고, 고려시대 국제질서에 관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역에 전해져오는 전설과 설화도 모으고 장군과 연관된 지명과 나무, 유묵으로 추정되는 한시도 수집해 낙성대에 강감찬 전시관을 만들었다.

이런 작업을 바탕으로 ‘관악 강감찬 축제’를 무대에 올렸다. 관악은 30년 가까이 철쭉제라는 이름의 대표 축제가 있었는데, 문제는 ‘철쭉 없는 철쭉제’라는 점. 이렇다 할 특색이 없는 철쭉제를 강감찬 축제로 대체했다.

2016년 처음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하자 시행도 하기 전에 서울시 브랜드 축제로 선정돼 예산을 따냈다.

올해 두 번째 축제는 더 알차게 진행됐다. 귀주대첩 998주년을 기념해 998명의 주민추진위원회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획과 준비를 이끌어낸 주민주도형 축제였다.

또 민관군경 합동 축제로서 의미가 있다. 첫째 날에는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제향과 출생설화를 무용ㆍ연극ㆍ노래 등 종합예술로 표현한 퍼포먼스 공연이 열렸다. 둘째 날은 출병식과 1.3㎞ 구간 전승행렬, 귀주대첩 재현 등의 화려한 이벤트, 주민화합 한마당이 펼쳐졌다. 줄잡아 13만여 명의 주민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이틀 간 낙성대 일대는 성황을 이뤘다.

이순신, 을지문덕 장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호국영웅인 강감찬 장군은 원래 문과에 급제한 문신으로, 거란족의 침략을 맞아 대다수 조정 대신들이 항복을 주장하는 와중에 갑옷을 걸치고 나가 탁월한 용기와 전략으로 10만의 거란군을 무찌르고 나라를 지켜냈다. 이 때 장군의 나이가 무려 71세. 그 후 최고 관직인 문하시중까지 올랐으며, 83세까지 장수를 누렸다.

관악에는 낙성대동 외에도 장군의 시호와 아명을 딴 인헌동과 은천동, 장군이 다니던 서당이 있었던 서원동 등 연관된 동만 네 개나 있다. 강감찬 축제는 관악을 넘어선 서울의 브랜드 축제이자 장차 남북을 관통하는 통일한국의 호국 브랜드로서 손색이 없다. 남북한 해빙이 되면 남북 협력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2년 뒤 귀주대첩 1000주년 기념 강감찬 축제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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