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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을 거니, 명주가 되다 <17>]스페인의 와인 명장…알바로 팔라시오스
-스페인 3대 컬트와인 생산자
-세계 와인지도에 프리오랏ㆍ비에르조 올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굉장히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자신과 가문의 선대, 후대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술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기네스, 조니워커, 스미노프 등 한번쯤 들어본 이 술들은 사실 사람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술’로 칭송받는 명주 중에는 창시자의 이름을 건 술들이 상당히 많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백년 간 이 술이 후대에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한 잔의 술을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17>알바로 팔라시오스=리오하의 와인 집안의 아들이었던 알바로 팔라시오스에게 와인은 운명이나 다름 없었다. 양조 공부를 마치고 샤또 페트뤼스와 나파밸리 유수의 와이너리에서 커리어를 쌓은 그는 본인의 이름을 걸고 와인을 만들기 위해 스페인으로 돌아온다. 

알바로 팔라시오스

하지만 그가 찾아간 곳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리오하의 와이너리가 아닌 버려진 땅 프리오랏이었다. 지중해로부터 20km 떨어진 스페인 동부에 위치한 프리오랏 지역은 해발 1100m에 매우 척박하고 가파른 산악지대로 12세기 말부터 수도회가 정착한 땅으로 스페인 최고의 와인산지였다가 19세기 필록세라가 창궐하며 포도밭은 초토화되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땅이었다.

이 곳의 오랜 역사와 가능성을 발견한 알바로 팔라시오스는 1989년 이 지역에서 가장 고위도에 위치하며, 가장 험한 경사지에 헌신과 노력으로 포도밭을 조성한다. 그는 불과 10년 만에 와인 스타일과 위상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데 성공하며 프리오랏을 스페인 최고의 레드 와인 산지로 탈바꿈시킨다.

알바로 팔라시오스는 프리오랏의 오래된 포도밭들을 재건하고 새롭게 밭을 조성하면서 가르나차(그르나슈)와 까리녜나(카리냥) 품종을 주로 심었다. 흑색에 가까운 점판암에서 재배된 소량의 가르나차는 매우 좋은 품질을 보여줬다. 또 카버네 소비뇽, 시라, 멀롯 등 국제 품종을 도입하고 어린 나무들이 험한 산에서 고사하지 않게 방울 관계(Drip Irrigation)방식을 사용하는 등 다방면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10년 만에 비약적인 성공을 한다. 초기 10개 정도에 불과한 와이너리의 숫자는 6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알바로 팔라시오스의 탁월성은 그 곳의 어떤 와이너리들보다 더욱 큰 성공으로 증명을 해냈다.

포도밭 비에르조
포도밭 프리오랏

알바로 팔라시오스는 프리오랏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1999년 평소 눈여겨 보던 스페인 북서부의 끝자락에 위치한 비에르조 꼬루욘(Corullon) 지역의 산악마을에 밭을 매입한다. 이 지역에는 로제와인에 사용하던 60년 이상 수령의 멘시아가 있었다. 그는 멘시아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거듭된 연구를 통해 부르고뉴 그랑 크뤼 못지 않은 놀라운 풍미의 와인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부르고뉴의 꼬뜨도르나 피에몬테의 랑게 언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는 프리오랏(Priorat)과 비에르조(Bierzo)와 같이 스페인의 숨어 있던 뛰어난 지역을 세계 와인지도에 올려 놓은 와인 대가다. 특히 자신의 가문이 이룩한 터전을 떠나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이너리를 프리오랏과 비에르조 지역에 세워 두 산지의 와인에 절대적 권위를 이룩한다.

그는 2000년 아버지가 작고한 후 고향인 리오하의 와이너리로 돌아와 가업을 잇는다. 그의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팔라시오스 레몬도(Palacios Remondo)’는 그간 주변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를 매입해 와인을 생산하는 전형적인 스페인 와이너리였다. 하지만 그의 완벽주의는 매입한 포도로 그저 그런 와인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 포도밭을 매입해 직접 유기 재배를 시작하며 엄격한 품질관리에 들어갔고 생산량은 4분의 1로 줄었지만 월등히 높은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

알바로 팔라시오스 레르미타

알바로 팔라시오스가 만든 와인은 각각의 지형적, 기후적 특징이 요약돼 있고 포도나무의 토양적인 특성을 반영하며 과거로부터 전해져 온 역사를 보여준다. 포도밭 대부분이 수도원, 예배당, 성지 순례길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실존했던 영성의 흔적, 수도원 문화 등을 통해 드러나는 종교적인 특징과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과 기후, 고대의 토양과 미네랄과 같은 자연적 요소들은 각 와인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에는 레르미타, 핀카 도피, 레스 테라제스, 까민스 델 프리오랏, 빌라 데 꼬루욘, 페탈로스, 라 몬테사, 라 벤디미아, 플라셋 등 9종의 와인을 수입중이다.

특히 스페인의 최고 와인으로 손꼽히는 ‘레르미타(LErmita)’는 2ha에 불과한 프리오랏 최고의 포도밭으로 수령 75년이 넘은 가르나차를 주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연간 1800병에서 3000병만 생산하는 매우 희소성 높은 와인으로 베가 시실리아 우니코, 핑구스와 함께 스페인의 3대 와인으로 손꼽힌다. 구운 빵, 블랙베리, 에스프레소, 감초, 미네랄 등의 향이 매우 깊게 느꼈진다. 특유의 탄닌은 대단한 강도를 지녔으나 잘 직조된 매끈한 실크와 같이 느껴진다.

스페인의 와인 명장 알바로 팔라시오스는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디캔터’지의 ‘2015년 맨 오브 이어(Man of the Year)’, ‘마스터 오브 와인’의 2016년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된 최고의 와인메이커이다. 그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 ‘알바로 팔라시오스’ 역시 스페인 3대 컬트와인 생산자 중 하나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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