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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장에게 배운 솜씨로 대한민국 가구 장인 될래요”
- 홍익디자인고 목공예 명장공방 수업 ‘인기’
- 학생들이 만든 가구 직접 팔고 전시회 열어
- 관련분야 취업은 물론 진학까지 ‘두마리 토끼’ 잡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리 사회에서 “기술을 배워야 산다”는 말은 이제 고리타분한 얘기가 됐다. 대다수 학생들은 대학교육을 통해 화이트칼라 계층으로 유입됐고 교육은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자 오히려 ‘기술’을 통해 취업과 진학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직업계고등학교가 부각되고 있다. 그 중심에 ‘명장공방’이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화성시의 홍익디자인고등학교 작업실에선 졸업을 앞둔 김성준(19)군이 목공예 명장 제갈재호(72) 씨와 함께 대패로 나무 도마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있었다. 제갈 씨는 김 군에서 “대패날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과감하게 대패를 밀지 못 하고 있다”며 세세한 부분을 코치했다. 이 도마는 최근 주변 학부모로부터 김 군이 주문을 받아 만들고 있는 것. 제갈 씨는 “이곳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직접 소비자들에게 팔면서 나중에 창업한 뒤 경영과 판매 전략을 미리 익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디자인고등학교는 지난 2015년부터 교육부의 ‘명장공방’ 사업 지원을 받아 목공예 분야에서 대한민국 명장인 제갈 씨를 초빙해 목공예 수업을 매주 토요일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명장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능을 가진 자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그 실력을 인증한 기술자를 말한다. 제갈씨는 20대부터 목공 일을 하다가 도입 첫해인 1989년 우리나라에서 20번째로 명장 인증을 받았다. 

홍익디자인고 학생들은 목공예 명장 제갈재호 씨로부터 가구 만드는 법을 배워 취업과 창업, 진학의 길을 열고 있다. 김성준 군이 명장으로부터 대패 작업을 배우고 있다. [사진=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윤용덕 홍익디자인고 교무부장은 “학교 목공예 동아리 ‘고구미’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던 참에 명장님을 초빙해 목공예 수업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진학과 창업 두가지 길을 모두 열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삼고초려 끝에 모시게 됐다”며 장인공방 사업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제갈 씨는 “요즘 목공예는 몸으로 힘들게 하는 일은 모두 기계화가 됐고 사람은 창의적으로 디자인하는 부분을 맡는 작업으로 바뀌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목공예는 더 가치가 높아질 거란 점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 수업을 참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곳 작업실엔 교육부가 지원한 3000만원 상당의 목공 기계 4대가 설치돼 있다. 제갈 씨는 “판재를 자르고 다듬는 기계는 자주 볼수 있지만 짜임 구조를 만들 때 홈을 파는 기계가 있는 학교는 흔치 않다”며 “덕분에 아이들이 원하는 모양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익디자인고 학생들은 목공예 명장 제갈재호 씨로부터 가구 만드는 법을 배워 취업과 창업, 진학의 길을 열고 있다. 홍익디자인고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가구 위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이곳에서 명장 수업을 받는 학생은 김 군외에도 15명이 있다. 수업은 필수과목이 아닌 자발적으로 선택한 과목이다. 이들은 친구들이 즐겁게 노는 토요일 하루를 빼서 명장 수업을 듣는 것. 건축디자인과 김재휘(18) 군은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가구를 만들면 재미도 있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산업디자인과 김예슬(18) 양은 “처음에는 무거운 나무를 드는 것조차 힘이 들었지만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배들의 도움으로 식탁이나 침대처럼 큰 가구를 내손으로 만들고 보니 너무 뿌듯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목공예 동아리 ‘고구미’ 부원들이 3명 당 1조로 가구를 만들어 거실과 침실 등 공간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명장 공방 수업을 거쳐간 이곳 학생들은 진학과 취업ㆍ창업의 비율이 각각 절반 정도다. 김 군 역시 목공예 분야의 명장을 꿈꾸며 창업을 준비 중이다. 김 군은 “책상 앞 공부로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특성화고 나와서 기술을 통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갈 씨는 “학교 교육은 그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 에 있어 선배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통한 교훈을 전달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해주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생각을 바꾼다면 기술을 습득해 직업 세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도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면 대학에 진학해 학문적으로도 발전하는 ‘양수겸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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