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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딩 로봇’이 네살 꼬마들 가르치는 나라, 싱가포르
비봇·키보 등 4종 활용 스마트 수업
교육프로그램 ‘플레이 메이커’시행
아시아 최초 유치원부터 조기 교육
실습위주 다양한 수업 흥미 유발


[싱가포르(싱가포르)=이정아 기자] “로봇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로봇이 뒤로 가지 않고 앞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싶어요.”

지난 7일 기자가 싱가포르 주롱에 위치한 PCF 스파클타츠(Sparkletots) 유치원을 찾았을 때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DA)이 추진하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인 ‘플레이 메이커(PlayMaker)’가 진행되고 있었다.

4세 어린이들이 코딩 로봇인 ‘비봇(Bee-Bot)’을 활용한 수학, 미술, 과학 등 교과 통합 수업에 흥미를 보이는 것이 느껴졌다. 수업시간은 45분이었지만 12명의 아이들 중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 7일 싱가포르 주롱에 위치한 PCF 스파클타츠 유치원에서 4살 어린이들이 코딩 로봇을 활용한 ‘플레이 메이커’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과 5살 어린이가 전자 부품 키트를 조립해 배를 만들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

9명의 6세 아이들은 출발과 정지, 전등 켜기 같은 명령어가 써진 나무 블럭을 원하는 순서대로 끼우고 이 순서를 로봇에 스캔했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입력한 값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을 보며 다같이 춤 추고 노래를 불렀다.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에 대한 간단한 아이디어에 노출될 수 있도록 실습 위주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유치원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플레이 메이커는 취학 전 어린이들이 과학, 기술 및 수학(STEM)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네 종류의 코딩 로봇(서킷 스티커, 비봇, 키보, 리틀비츠)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코딩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7년 12월 기준 싱가포르 유치원의 10% 수준인 160곳에서 어린이들이 해당 수업을 받고 있다. 유아기 때부터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국가는 아시아에서 싱가포르가 처음이다.

싱가포르는 2014년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을 선포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일상생활과 산업 부문에 접목시키는 ‘코딩 교육 전파계획(CODE@SG)’을 추진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쳐 전산적 사고력을 기르고 향후 아이들이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한다. 플레이 메이커는 코딩 교육 전파계획의 일환으로 2015년 9월부터 시행됐다.

플레이 메이커 수업의 특징은 컴퓨팅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도록 음악, 미술, 수학, 과학 등 교과 통합 수업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가령 5세 어린이들은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나무줄기로 배를 만드는 장면에 대해 선생님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나무줄기처럼 생긴 여러 전자부품 키트를 조립해 배를 만들고 직접 물 위에 배를 띄운다.

4세 어린이들도 그림책을 읽고 책 속 인물이 등장하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연산의 개념을 배우는데, 이 과정에서 명령어에 따라 움직이는 코딩 로봇이 활용된다.

PCF 스파클타츠 유치원 선생님인 로라는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코딩 장난감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사고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엇이 먼저이고 나중인지 문제 해결의 단계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며 “이러한 ‘시퀀싱’(sequencing) 개념을 아이들이 쉽고 재밌게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사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미 아이들은 로봇과 놀 생각을 하며 즐거워한다”며 “처음 코딩을 접한 어린이들이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비롯해 만화, 보드게임 등 다양한 방식을 수업에 접목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은 지난해 4월, 코딩 로봇뿐만 아니라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소셜 로봇 ‘페퍼(Pepper)’와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에서 설계ㆍ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를 싱가포르 유치원에 도입해 시범 활용하기도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아이디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 측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방식, 조직이 일을 하는 방식, 의사소통 방식 등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미래 세대가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의 학교와 교육기관이 변화하고 혁신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행하는 ‘세계 정보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7월 발표된 세계 139개국 ICT 경쟁력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핀란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dsun@heraldcorp.com

[취재지원: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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