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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中 민심이 심상찮다
중국 정부의 도를 넘는 졸속 행정에 민심이 어수선하다. 빈민촌 강제 철거와 석탄 난방 교체에 이어 이번에는 ‘간판’이 주인공이다.

베이징 시는 스카이라인을 개선한다며 최근 시내에 있는 간판 교체에 들어갔다. 건물 옥상에 부착된 광고게시판을 모두 철거하고 3층 이상 높이에 건물 이름 간판만 내건다고 한다.

문제는 간판 교체마저도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시는 지난달 27일 간판 철거를 통보한 후 열흘 만에 1만4000개의 간판을 없앴다. 올해 말까지 2만7000개를 없앨 계획이라고 한다.

이 와중에 마오쩌둥 전 주석이 쓴 광명일보사 간판과 덩샤오핑 전 주석이 쓴 국가올림픽체육센터 간판도 싸그리 철거됐다. 장쩌민 전 주석이 휘호한 ‘중국인민해방군총의원(301병원)‘ 간판만 폐기를 면해 주목을 끌었다.

일거에 이뤄진 간판교체에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친구와 약속한 장소에 갔더니 간판이 사라져서 식당을 못 찾았다거나 익숙한 곳인데도 길을 잃었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부지기수로 올라왔다.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베이징 시는 간판 교체를 잠정 중단한다는 공문을 띄웠다. 겨울철 추위와 바람 때문에 간판 철거 작업이 위험하다는 이유를 댔다.

이는 최근에 공분을 샀던 빈민촌 강제 철거와 난방 대란 때와 똑같은 패턴의 대응법이다.

중국 정부는 대기 오염의 주범인 석탄 난방을 줄이고자 석탄 난방을 가스 난로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한꺼번에 철거에 들어가면서 난방 설치가 늦어지고 가스 공급도 부족해 난방 대란이 일어났다. 그러자 가스 보일러로 교체가 안된 곳은 석탄을 사용해도 된다는 긴급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앞서 베이징 시는 화재 대책을 명분으로 디돤런커우(低端人口ㆍ하층민)의 대규모 강제퇴거에 나서 무리한 정책집행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택배기사, 가정부 등 수만 명의 노동자들은 수일 내에 거주지를 떠나라는 시 정부의 명령에 하루아침에 집을 비워야 했다. 택배회사 업무가 마비되는 등 그 여파가 컸다.

시진핑 집권 2기 첫 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곧 개최된다. 금융리스크 해소와 빈곤퇴치, 환경보호 등이 주요 정책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경제공작회의는 한해의 성과를 보고하고 이듬해 경제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다. 최근의 졸속 행정이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인터넷에서 한 네티즌이 정부를 비판하며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ㆍ물은 배를 띄울수도 있지만 전복시킬 수도 있다)”라는 글을올렸다. 이는 중국 당태종을 성군으로 만든 위징(魏徵)이 백성을 주인으로 삼으라며 한 말이다. 민의(民意)가 없으면 환경 개선도 아름다운 스카이라인도 의미없는 일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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