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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광주 ‘투뱅크 시스템’·고용 유지 약속지켜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의 ‘믿음경영’

부드러운 말투와 달변에 가려졌지만, 김한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공격적이다.

지난 2011년 우리 캐피탈을 인수한 뒤 규모가 작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2013년 JB금융지주를 출범을 고집했다. 2013년에는 JB금융보다 덩치가 큰 광주은행까지 인수했다. 당시 노조의 반발에 맞닥뜨린 김 회장은 100% 고용승계와 ‘투뱅크 체제’ 유지, 광주은행 출신 차기 행장 선임 등을 약속했고, 이를 모두 지켰다.

이 약속들은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 이어졌던 경영 기조와는 정 반대편에 있다. 지난해 은행들은 실적잔치를 하는 와중에도 영업점과 직원을 줄이느라 애를 먹었고, 다음해까지도 인력 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은행이 주축인 소규모 지주사들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위해 통합이란 카드를 꺼내들기 마련이다. BNK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통합하려다 내부 반발에 부딪혀 ‘투 뱅크 원 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경영체계만 손을 봤다.

김 회장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점포는 줄였지만 남은 직원들은 다 수도권으로 보내 새 시장을 개척하게 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절대 합병하지 않는다고 손사래친다. 김 회장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지역 기반이라 주요 고객층이 다르다. 이 둘을 합치면 놓치는 충성 고객이 많아진다”며 “우린 처음부터 끝까지 ‘투 뱅크’ 시스템이고, 난 한 번도 둘을 합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전산망을 통합했다. 고객 편의를 위해서다. 김 회장은 “광주은행 지점을 가도 전북은행 업무를 다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까지 유지했던 광주은행장 직함도 내려놨다. 회장ㆍ행장 겸직이나 장기 연임으로 인해 노조와 갈등까지 겪는 금융권 일련의 사태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잘 할 사람, 안 사람(내부 인사)을 키워야 한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은행은 리스크 컨트롤을 잘해야 하는데, 그건 예전부터 은행에 있던 사람들이 잘한다. 송종욱 행장은 아주 광주에서는 영업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실력있으면 자행출신이 행장되는게 좋다”.

그는 포트폴리오 넓히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굳이 (분야별 계열사를) 다 가질 생각은 없다”며 “업종을 다 가져야 한다는 것도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가격이 안 맞으면 안산다”고 잘라 말했다.

행장직도 내려놓고, 사세 확장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일견 ‘달관’ 등 여유있는 느낌의 단어가 떠오르지만 김 회장을 골치아프게 하는 문제도 있다. 바로 주가다. 대신증권 시절부터 시작해 주요 이력을 증권으로 보낸 그는 “주가가 이렇게 현실 반영 안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애타는 속내를 비쳤다.

JB금융지주는 올해 550억원 내외의 분기별 순이익을 내고 있다. 순이익 성장률이 27% 상당인데 비해 은행주 사이에서도 대표적인 ‘저평가주’다. 은행 금융지주 주가의 평균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58배지만 JB금융은 0.38배에 그친다. 수도권 공략, 디지털 강화를 내세운 김 회장의 묘수가 요지부동이던 주가를 끌어올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현정 기자/kat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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