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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스토리]‘작은 고추’ 강소 금융지주 이끄는 ‘옹골찬 남자’
지역인재만 뽑고 소액주주·직원 경영참여도 OK… 
‘30년 금융인’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의 ‘돈버는 은행론’


다사다난(多事多難), 호사다마(好事多魔)였다. 올해 금융권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뛰어오른 화려한 실적 만큼 ‘일’도 많았다. 은행이나 기관 수장이 바뀌는 와중에 노사간 공방전이 이어졌다. 저금리 기조와 함께 강화됐던 가계대출 집중도는 ‘전당포식 영업’이라 비판을 받았다. 당국의 눈초리도 매서워져, 금리와 CEO 연임을 두고 엄중한 경고도 나왔다. 정기 주총인 내년 봄까지 지배구조 문제, 노사갈등, 시장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될 과제가 산적했다.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증권, 캐피탈, 은행을 두루 거치며 30년을 ‘금융인’으로서, 지난 2013년부터 JB금융그룹을 이끌어온 ‘리더’로서 김한 회장은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최근 여의도 JB금융그룹 사옥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금융권 전반의 과제에 대한 해법과 JB금융그룹의 전략을 묻고 들었다. 


김한 회장이 걸어온 길 ▷1954년 서울 출생 ▷경기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84~1989년 동부그룹 미국현지법인 사장 ▷1989~1993년 대신증권 이사 ▷1998~2000년 금융감독위원회 기업구조조정 위원 ▷2004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2008~2010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 ▷2010~2014년 전북은행장 ▷2014~2017년 광주은행장 ▷2013년~ JB금융그룹 회장

공급자 우위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해야

돈 버는 은행은 소비자 위한 은행이다 = 요즘 은행이 전당포식 영업 한다고 질책 당한다. 사회적인 책임도 느끼지만 어떤 면에서는 은행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 못한 비난이다. 은행이 돈을 벌어야 국가나 중소기업에도 좋다. 돈 못버는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해서 중소ㆍ벤처기업으로 돈을 안 내준다. 대기업이나 우량기업에만 치중한다.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진다. 은행은 수익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어디 숨기고 말데가 없다. 국가 재무에서도 은행이 차지하는 법인세가 상당히 크다. 은행의 이익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단, 은행도 변신해야 한다. ‘소비자가 왕’이니까 소비자 요구에 은행이 쫓아가야 한다. 금융은 아직도 공급자 우위의 구조다. 계속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전 세계가 공감하는 문제다.

인터넷은행 ‘대환영’…경쟁해야만 발전

경쟁 환영, 힘들어야 발전한다=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은행도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한테 더 좋은 상품 내고, 더 좋은 금리 제공한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은행의 영업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은행들은 더 변해갈 것이다. 경쟁해야 그 안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더 단단해진다.

금융산업 중 규제가 가장 강한 곳이 은행이다. 은행이 망가지면 공적 자금이 들어올 수밖에 없으니 정부 규제가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규제가 있으면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은행 라이선스(인허가)를 가둬놓으니 과점처럼 흘러가고, 새로운 자극이 없으니 관성대로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공급자 중심의 행태다. 경쟁이 있어야 서로 발전한다. 그런 측면에서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에 더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서민·중기 위한 중금리 대출이 JB의 몫

가장 작은 금융지주, 가장 부지런하고 안전하게 뛴다=은행권에서는 JB금융지주의 규모가 제일 작다. 우리는 중소기업과 서민을 타깃으로 한다. 부자나 대기업을 상대로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이사회에서 한 건에 300억원 이상 가는 대출, 대기업 대출은 하지 말자고 정했다.

‘월급쟁이’가 은행에서 돈 꾸려면 얼마나 힘든가. 금리를 따져보면 12~13%에 이르고 원하는 한도대로 받기도 힘들다. 제 2금융권으로 가면 이자가 19~20%까지 올라간다. 그 중간대인 중금리 대출이 JB같은 작은 금융이 할 일이다. 

올해 광주은행이 나서서 중금리 대출을 많이 해봤다. 6000억원 정도 규모로 했는데 부실률도 크지 않았다. 중금리 대출하려면 직원들은 일이 많아서 힘들지만 고객들이 아주 고마워한다. 다른 곳에서는 12~13% 이자 내야할 걸 7% 대출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고객들이 고마워하고 상환도 빨리 한다. 이런 부문을 특화하는 것이 우리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충성고객 덕분에 지역점유율 30% 넘어

금융은 사람이다. 정체성은 직원이다=JB금융그룹은 인사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사람을 뽑지 않고 우리 지역(호남)에서만 뽑는다.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총장 추천을 받아서 선발한다. 지역에 있는 학생들 취업난 생각해서 이렇게 정했다. 지역에 있는 대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도 취업할만한 데가 없다. 그 인재들을 뽑다 보니 우리 지역에서는 JB금융이 가장 좋은 직장이 됐다.

JB는 더 이상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안한다. 지역내 점포가 많아 상당히 조정했지만 사람은 줄이지 않았다. 그 인력을 다 수도권 점포로 올려보냈다. 수도권에 광주은행이 30개, 전북은행이 20개, 대전에 10개 점포가 있다보니 이 지점들 활용하면 사람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

JB금융지주가 지역에서 채용하는 것은 우리의 충성 고객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장점유율이 지방에서는 30%가 넘어간다.

이사회서 표결보다 협의점 논의 우선

소액주주, 직원 경영참여도 OK=은행에선 노사가 많은 얘기를 같이 한다. 노조는 파트너다. 은행에 와보니 실제로 많은 업무가 노조랑 상의해서 되고 있었다. 노동이사제나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이 얼마나 사회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은행 업무에 대해서는 별 이슈가 안될 것이다. 법이 어떻게 규정하든지 맞춰가면 된다.

JB금융지주는 이사회에 주주 대표가 2명 들어와 있다. 사외이사 뽑을 때도 투명하게 했다. 사외이사 구조를 보면 은행권이 산업계보다 훨씬 투명하다. 은행은 지배구조법 같은게 더 잘 돼 있기 때문이다. 몇 건의 사건들이 생겨서 은행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회장이나 은행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기계적인 형평성과 투명성이 어떤면에서는 문제다. 이사회에서 투표를 많이 하는데, 표결보다 서로 논의해서 협의점을 찾아가는게 우선이다.

직원소통·예측가능성이 인사의 핵심

인사, 깜짝 놀라게 하면 안된다=깜짝 인사를 하면 안된다. 인사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은행권에서 다음 CEO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게 만들어 놨으면 좋겠다.

10년 후에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니까 이렇게 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럴려면 직원들과 소통 많이 해야 한다. 나도 노력하고 있지만 직원과의 소통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사에서 꼬이면 모든게 다 꼬이는 거다.

필요한 CEO는 공채보다 영입이 현명

CEO, 뽑는 게 아니라 영입하는 것 = 미국에서도 CEO영입할 때 인터뷰를 하고 점수를 매기는 일은 없다. 기업에서 필요한 사람이면 이사회에 얘기해서 동의를 얻고 뽑아 오는 것이다. 현장에 있다 보면 그 산업에서 잘 할 사람이 보인다. 잘하는 사람은 가서 데려와야 한다.

적당하지 않다면 다른 산업에서라도 찾아볼 수 있다. 이사회에서 어떤 사람을 고르자고 정하고 그 사람과 접촉해서 협의를 보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투명성이 중요하니까 CEO를 공채로 뽑을 수 있지만 민간 기업에서 공채는 안 맞는 것 같다.

나도 예전에 나보다 월급 많이 주는 CEO 뽑아봤다. 은행에서도 은행장보다 월급 많이 받을 임원을 뽑아야 하는데, 그게 (여건상) 안되더라. 그런 것까지 잘 해결해야 한다.

대담=홍길용 금융재테크 에디터/kyhong@
정리=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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