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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조세회피 피해국을 조세회피처 명단에 넣은 EU
유럽연합(EU)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8개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17개국을 조세회피처(tax haven) 블랙리스트 국가로 규정했는데 여기에 나미비아, 세인트루시아,사모아 등과 함께 한국이 포함된 것이다. EU는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의 특정 감면대상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우리나라의 세제지원제도가 내ㆍ외국인을 차별하는 ‘유해(preferential) 조세제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EU의 이런 결정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EU기준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조세 주권의 침해다.국제 관례도 무시됐다.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 지원제도는 OECD가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BEPS(조세 관련 금융 정보 교환) 프로젝트에서 전혀 유해 조세제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결론이 난 문제다.

결정과정도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다. EU는 지난해 말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92개 후보국을 선정해 조세정책 평가를 위한 세부 자료를 제공하라고 요구한 뒤 이들 중 세법 개정을 약속한 47개국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보다 한 단계 낮은 ‘회색리스트’로 분류하고 개정 요구에 비협조적인 나라들은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렸다. 뭐가 문제냐고 이의를 제기한 곳은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켜버린 것이다.

우리 정부가 황당하고 억울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EU 회원국들도 시행 중이고, 한국의 외국인투자지역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은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점을 설명했고 심지어 2018년까지 EU와 공동으로 현행 제도의 유해성 여부를 분석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개선할 의향도 있다고까지 했는데도 당장 개정이나 폐지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은 조세회피국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조세피해국이다. 한국오라클은 2008년 사용료 지급처를 조세회피처인 아일랜드에 세운 오라클서비스로 바꾼 후부터 한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 지난 4월 국세청으로부터 3000억원을 추징당했다. 이 같은 세금 탈루 수법은 구글·애플 등 다국적기업들이 애용하는 방식이다.

EU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들에게 어떤 제재를 가할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해서는 안된다. 범정부적인 적극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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