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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ㆍ인건비 늘고 통상압력, 환 리스크까지…내우외환 경영환경에 휘청이는 재계
- 근로시간 단계적 단축 울며겨자먹기식 수용
- “한국만 법인세 인상 역주행…답답하다”
- 통신비 인하, 자동차 판매 부진 등 악재산적

[헤럴드경제=이승환ㆍ정윤희ㆍ박혜림ㆍ김성우 기자] “내년은 결코 올해 보다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정책들이 추진되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대ㆍ내외 산적한 악재로 내년 한 해를 준비하는 재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법인세 인상과 친노동정책의 추진 등으로 기업들은 내년 최악의 경영환경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환율과 미국의 통상 압력 등 글로벌 경제 환경 또한 녹록지가 않다. 반도체 특수에 따른 고성장은 도리어 착시 효과의 부작용을 가져오며 기업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결국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는 주요 그룹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한 해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발등의 불 근로시간 단축, 역행하는 법인세=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현 정부의 친노동정책, 조세 정책 등이다. 법인세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이 내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며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발등의 불’인 근로시간 단축은 한국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추가 부담액만 연간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재계는 급한 불이라도 먼저 끄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정부의 행정해석 폐기의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현재 법안을 심사 중인 국회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는 기업 규모별로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내용을 담은 여야의 근로기준법 개정합의안을 사실상 수용키로 했다. 중소ㆍ영세기업까지 유예기간 없이 근로시간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를 위해 7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을 만난다.

전날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될 법인세 인상은 세 부담 증가는 물론 조세정책의 역행 사례여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에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면 10대 기업의 법인세는 총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내년부터 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축소되는 것을 고려하면 상위 대기업의 실질 세 부담은 더 커진다.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흐름 속 ‘나홀로 인상’이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9년부터 35%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이 상원을 통과했고, 일본도 29.97%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자국기업 경쟁력 제고와 자국내 기업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 는 꼴“이라며 ”늘어난 세 부담으로 인해 회복 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경영환경 개선 조치도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ㆍ유가ㆍ통상압박, ‘엎친 데 덮친 격’= 국내 기업을 둘러싼 대외 경제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최근의 환율 급락 추세는 수출 대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기관이 전망한 내년도 환율은 1060~1115원 수준으로 모아진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을 보면 손익분기점이 되는 원ㆍ달러 환율 평균은 1114원이다. 제품을 판매할 때 최적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은 평균 1155원으로 이보다 훨씬 높다.

손익분기점, 적정 환율 수준을 밑도는 환율 하락세는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등 주요 수출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유가 상승도 기업에 적잖은 부담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선 40달러 이상을 줄곧 유지했다. 1~11월 평균 유가는 52달러 정도다. 업계에선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가 상승은 석유제품, 화학 및 운송 등의 산업 생산비를 상승시킨다. 이는 국내 주요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의 통상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가격덤핑 등 불법 여부와 무관하게 수입량이 많다는 이유로 한국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전방위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한국산 품목에 적용 중인 수입규제는 현재 총 31건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등 8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자동차 통신ㆍ유통, 곳곳이 악재, 움츠리는 기업들= 내년도 경영환경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은 잔뜩 움츠리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내년 사업 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세우기로 했다. 사드(THAAD) 문제로 최악의 부진을 겪은 중국 시장에서의 회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중 해빙 무드 속 판매량 감소폭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예년 수준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차 관계자는 “도요타의 경우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판매 회복까지 1년 반이 걸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통신업계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은 통신비 인하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부어야 하는 주파수 경매가 당장 내년 상반기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적은 악화되는 데 투자금액만 늘어나게 된 셈이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 관계자는 “내년은 5G 관련 공격적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 시점인데 각종 통신비 인하안까지 본격 시행될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상황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유통업계는 내년 소비둔화와 각종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까지 겹쳐 더욱 힘든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 보수적 경영 기조를 분명히 하며 백화점은 내년 신규 출점이 거의 없고 대형마트의 경우도 극소수만 출점될 전망이다.

대표 기업 롯데그룹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진이 뒤따르고 있는 데 부담을 갖고 있다. 롯데 측은 내년에도 소비가 둔화될 것을 감안, 영업전략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유통업계 규제 등으로 인해 내년 출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경영효율화 작업을 하는 동시에 영업이 어려운 점포의 정리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내년 신규매장 출점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블루오션인 편의점과 온라인몰 쪽으로 좀 더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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