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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첨만 될 수 있다면’…10년만에 또 고개드는 위장전입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불법 위장전입이 소리없이 확산할 조짐이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청약 요건도 깐깐하게 만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의 주택시장 정책 기조가 불변일 가능성이 농후해 ‘청약 가점 쌓기’ 전략 차원에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척하는’ 식의 위장전입이 유효할 것이란 계산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마땅한 제어책이 없는 정부는 속수무책인 모양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양가족을 늘리기 위해 불법 위장전입을 택하거나 이런 방법을 조언하는 부동산 업자들이 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100% 가점제로 물량을 배정하도록 정부가 청약요건을 강화한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현행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부양가족(최고 35점) 등을 종합해 점수가 높은 청약자 순으로 입주를 결정한다. 부양가족은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직계존속을 포함해 1명당 5점이다. 배점 자체가 높은 데다 무주택기간(1년마다 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년마다 1점)보다 가점율도 높아 부양가족은 당첨의 핵심변수다.

특히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조작이 불가능하지만 부양가족 수는 부모님 이름만 세대원으로 옮겨놓으면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다.

이런 편법은 10년만에 재부상하고 있다. 2007년 청약가점제가 본격 시행될 때도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가점 상향을 노린 위장전입을 막기 위한) 방법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고민하고 있지만 위장전입을 찾는 것부터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위장전입으로 고발된 사례는 2000년대 중반까지 연간 수십건에 불과했다. 고위공직자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뒤 다소 늘긴 했지만 2014년 138명, 2015년 209명, 2016년 195명에 그치고 있다.

위장전입이 주민등록법 위반이지만 정작 ‘위장전입’이란 용어 자체가 법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점도 정부를 난처하게 하는 이유다. 현행법에선 주민등록을 이중으로 하거나 거짓 신고하면 처벌하도록 돼 있다. ‘거짓 신고’라는 표현이 위장전입을 의미하지만 거짓의 범위와 의도, 사유 등은 정의하지 않고 있다.

또 주민등록법의 입법취지가 인구 이동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행정적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어서 위장전입 자체를 중대 범죄로 보고 적극 처벌하기 쉽지 않다. 똑같은 위장전입이라도 투기 목적이었던 고위공직자는 청문회에서 낙마하고 자녀 교육 때문이라면 다소 너그럽게 넘기는 암묵적 합의가 발생한 이유다. 청약 가점제를 높이기 위한 위장전입은 아직 ‘회색지대’인 셈이다.

그나마 국토부가 기대하는 건 부양가족 기준이 직계존속은 3년, 직계비속은 1년 이상 같은 등본에 올라 있어야 부양가족으로 인정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셈법이 치밀하고 빠른 이들에겐 무의미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3년이 긴 시간인 것 같지만 30년을 살 집을 생각하면 짧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가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큰 데다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맞물려 ‘로또청약’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분양시장 열기가 높아진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어떻게든 가점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정직하게 청약 자격을 얻은 사람보다 우위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약자격 박탈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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