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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작은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좌담회] “핵심은 인식 교육과 공권력 존중”…전문가 한목소리
-경제 규모에 비해 뒤쳐진 공공 에티켓 의식
-고도성장ㆍ빨리빨리문화에 ‘배려와 예의’ 실종
-“변화하고 있는 사회 패러다임과 왜곡된 인식 탓”
-“밥상머리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방법과 방향”
-“인권 보호 우선하되 공권력 존중해야”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현정ㆍ정세희 기자] 긴장감이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속에서도 2017년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버금갈 만큼의 경제적 성장과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국격을 가늠할 수 있는 전반적인 공공 에티켓 의식은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헤럴드경제는 공공 매너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알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연중기획-작은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UAE, 태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를 취재한 결과 국가별로 문화 차이는 분명 존재했지만 올바른 공공 문화를 위해 배려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 또한 분명했다. 본지는 지난 17일 헤럴드스퀘어에서 좌담회를 열어 전문가들로부터 우리나라 공공 에티켓 문화의 현 주소와 문제점, 그리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들어봤다. 이 자리에는 고평기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전우정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가나다 순)가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 왼쪽부터 고평기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 전우정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비해 공공에티켓 의식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이하 박 교수)
=수직적 계층구조와 사적 신뢰에 기반했던 사회 패러다임이 현재 수평적이고 공적 신뢰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과 기술적 자본도 바뀌고 있다. 기술수준이 급격히 발전하는 만큼 기술을 다루는 사회 가치도 같이 발전해야 하는데 변동 속도가 다르다 보니 사회문화적 갈등이 생기는 이른바 ‘사회문화 지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독재 정치 등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쪽을 억누르면서 생긴 문화지체도 더해졌다. 에티켓 문화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촉발됐다고 볼 수 있다. 

▶고평기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이하 고 과장)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에티켓 문화는 크게 발전했다. 금연문화나 안전벨트 문화 등을 보면 달라진 부분이 크다는 것을 볼 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여전히 하위 축에 머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두 가지 영향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질서를 지키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둘째, 우리나라가 급격한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발전을 이뤘어도 사회간접자본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장기적으로 에티켓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고평기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성숙한 에티켓문화 정착이 가장 시급한 분야는 어디라고 보는가?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하 안 사무처장)
=공동체의 안전과 시민의 평온한 삶과 직결된 에티켓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합리적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적 공간에서 앞장서서 기준을 제시하면 시민들이 잘 따를 수밖에 없다. 에티켓 배려라는 것은 공동체 모두에게 큰 일이자 좋은 일이다. 공동체 애정까지 커지는 선순환 문화가 분명 가능하다. 

▶고 과장
=다중운집시설의 에티켓 개선이 시급하다. 한 장소에 1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이면 경찰의 통제가 힘들어진다. 지난 겨울 촛불집회에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여도 안전하게 진행된 것 보면 우리나라도 분명 가능성이 있는데 아쉽다. 다중운집시설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 손실이 크다. 

▶전우정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이하 전 이사)
=요즘 문제가 심하다고 생각한 분야가 온라인이다. 댓글 등으로 타인을 모욕하고 명예훼손을 하는 정도가 심각하다.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보호돼야 하겠지만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규정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온라인에서 남을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 캠페인 등을 통해 스스로 자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박 교수
=과거에는 의식주만 해결되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교통과 통신이 필수적인 삶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교통과 통신 분야가 더욱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술 발전에 부합하는 교통 통신 윤리 격차도 더욱 커질 것이다. 교통 에티켓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타인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교통 분야의 전반적인 에티켓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 사회적 차원에서 거버넌스를 구축해 담론의 장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전우정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인식 개선 교육과 공권력 강화, 이 둘 중 어느 방법이 더 효과적인 해결책인가?

▶전 이사
=처벌보다는 교육을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가정과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일종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다가 다른 사람 부딪치는 것은 어른답지 않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온다고 했는데 어른답지 못하다고 인식시키는 문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부가 공익광고 캠페인 등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처벌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 교수
=공권력 강화하는 것은 에티켓을 고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교육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을 받는다는 확실성 ▷강한 처벌을 받는다는 엄격성 ▷즉시 처벌을 받는다는 즉시성, 이 세 가지의 요건이 강할수록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는 초기 국가 유지 단계에선 중요하지만 직접적인 수단이 될 순 없다.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가치 체계는 “규칙을 위반하면 규제와 처벌을 받는다”는 처벌과 규제 중심의 정책이었다. 이제는 규칙을 지키면 이익을 준다는 혜택성과 예방 중심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법과 규칙을 지키면 반드시 이익이 있다는 확신을 줄 정도로 어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안 사무처장
=사회적 제도와 공적 제도의 변화가 사람의 행위양식 바꾸게 한다. 공적 교육을 우선적으로 하되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공적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교통법규 등 안전과 관련된 법규는 공적 강제를 해야 한다. 공동체 미덕으로 해결할 부분은 시민교육, 공동체 문화, 언론, 시민사회, 주민 센터 등이 나서서 캠페인으로 해결해야 한다. 처벌에만 중점을 두면 사회적 불신이 생길 수 있으니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사회의 공공에티켓 인식이 경제규모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것은 ’질서를 지키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과, 가정 및 사회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사진 왼쪽부터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고평기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전우정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과거와 달리 밥상머리 교육이 약화되면서 ‘맘충’과 같은 용어까지 생기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개선할 수 있나?

▶고 과장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한 만큼 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방법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댓글로 장난쳐서 친구가 자살을 해도 죄의식이 없다. 가족내에서의 밥상머리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이나 가출한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과거엔 짜장면과 같은 음식을 가장 원했는데 요즘은 여행가고 싶다는 답변이 가장 많다. 소양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교육 책임을 가정에 지우지 말고 사회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안 사무처장
=우선 ‘맘충’은 참 슬픈 단어다. 엄마에게 모든 육아의 책임을 떠넘기는 개념이다. 우선 자녀들이 공공장소에서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와 함께 수반돼야 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이해와 배려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장소나 상황 특성상 아이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지만 아이들을 아이들 자체로 봐주고 좀 더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노키즈존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과 함께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잡았다. 늘 서두르다 보니 예의와 배려가 생겨날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 우리도 배려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여유를 가져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 이사
=에티켓이란 상대방에 공감하는 능력과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경쟁이 심하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 늘 ‘이겨라’만 강조한 것 같다. 이기는 것이 언뜻 보면 이득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그렇지 않다. 에티켓을 지키지 않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려고만 하면 구성원 간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 이는 곧 법규 신설과 유무형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결국 사회 신뢰 비용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공공에티켓 인식이 경제규모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것은 ’질서를 지키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과, 가정 및 사회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사진 왼쪽부터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고평기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전우정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공공에티켓 개선을 위해 공권력을 강화하게 되면 인권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교수
=국가 안전이나 질서 유지를 위해선 공권력 행사가 존중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군사정권 등을 거치면서 공권력을 신뢰하기보다는 불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무조건 대항해야 21세기 국민이라고 할 정도로 인식이 왜곡되어 있는 측면도 있다. 부당한 공권력에 대해서는 분명한 견제가 필요하지만,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질서 유지를 저해하는 행위에 무조건 공권력 행사가 우선시 되어선 안되고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이는 교육과 캠페인이 할 일이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어도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전 이사
=기본적으로 공권력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불가피하게 공권력 행사를 하더라고 반드시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시민 의식이 충분히 성숙한 상태다. 꼭 필요한 공권력은 시민들이 이해할 것이다. 방점은 공권력이 최후의 수단이고 인권 보호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 과장
=공권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외국에선 소방서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무단 주차된 차량을 깔아뭉개도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안전 측면에서는 법규와 단속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법규나 단속을 하려고 해도 국민의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힘들다. 자율적인 캠페인 등을 통해서 인식을 우선 개선시킨 후에 공권력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 사무처장
=시민들이 공권력을 배려할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공권력이라고 하면 불법적인 국가 폭력과 동일시됐지만 공동체를 유지하는 합법적인 제도적 권력을 뜻하게 됐다. 불필요한 공권력 사용으로 논란되는 것은 최소화하되, 그 상황에 맞는 공적 에티켓과 원칙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아직 합의가 이르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경찰과 시민들 모두 시민 문화를 바꿔나가면서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사회적 인프라, 시민문화, 공권력 등이 어우러지면서 전체적인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kkang@hercorp.com


▶특별취재팀: 함영훈 부장(팀장), 강문규 차장, 원호연 기자, 이현정 기자, 김진원 기자, 유오상 기자, 정세희 기자, 김유진 기자, 이승환 기자, 박세정 기자.

▶후원:롯데문화재단, 모두투어, 국립현대미술관, 도로교통공단

▶자문단 (가나다순)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 국장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우철문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이기형 도로교통공단 교수
이명숙 법무법인 나우리 대표
전우정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한경아 재단법인 한국방문위 사무국장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대표
황주영 여행박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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