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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고생하셨어요, 수험생 여러분
이른 시간인 오전 6시30분. 늘 그렇듯이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데, 용산고 앞이 북적북적하다. “선배님, 힘 내세요”라는 플래카드 앞에 후배 학생들이 줄을 서 있고, 그 옆에서 방송사 카메라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평소라면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을 시간. 수능 날이다. 매년 이 맘때 쯤이면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올해는 더 짠하다.

올해 수험생들, 정말 마음고생 심했다. 포항 지진으로 사상 초유의 ‘일주일 수능 연기’ 사태가 벌어졌고, 그로 인해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짐작이 간다. 당국의 수능 연기는 형평성 측면에서 잘한 일이지만, 11월16일에 모든 신체 리듬을 맞췄을 수험생에겐 그 이후 일주일은 ‘힘든 나날’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집중력은 무섭다. 특히 특정 시간, 시점을 겨냥했을때 위력은 크다. 다만 그 리듬이 끊어졌을때의 집중력은 약간 다를 수 있다.

제 아무리 ‘신기록 제조기’ 우사인 볼트도 100m 결승 직전, 폭우로 인해 경기가 하루나 이틀쯤 지연된다면 심적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신체 리듬을 최절정에 올려놨는데, 하루 이틀 뒤로 그것을 다시 세팅한다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수험생도 그렇지 않았을까.

암튼 고난의 일주일을 보내고, 수능에 임한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모두들 일주일 동안 더 칼을 갈고, 최상의머리 회전 리듬을 재설정하는 데 성공했으면 좋겠다.

올해 수능 연기를 지켜보며 한가지 드는 생각은 ‘인생은 참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변수가 많다. 이것도 정해진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말이다. 그 변수를 잘 활용하는 ‘삶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는 게 올해 수험생들이 얻어야 할 교훈이라고 하면 너무 남 얘기 하듯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이야기 주인공은 고(故) 최동원 선수다. 1984년 롯데와 삼성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삼성엔 대형 투수가 많았지만, 롯데엔 최동원 밖에 없었다. 혼자 마운드를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동원의 괴력에 힘입어 7차전까지 갔다. 그동안 최동원은 탈진했다. 7차전을 뛸 수 없었다. 그런데 비가 쏟아졌다. 하루 연기됐다. 최동원은 7차전에 뛸 수 있었고, 그해 롯데에 창단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안겼다. 이건 긍정적인 경우다.

골프 샛별이었던 신지은 선수. 2012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최종라운드에서 신지은은 마지막 18홀을 남겨두고 있었다. 2타차 선두라 우승이 눈앞에 보였다. 파면 좋고, 최악으로 보기만 해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런데 번개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1시간후 재개됐다. 리듬이 깨졌나. 아니면 스무살 어린 나이에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더블보기를 했고, 연장전에서 아깝게 졌다. 훗날 더 큰 선수가 되는데 약이 됐다.

인생이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법. 두 사례의 당장의 이익과 손해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생은 묘하다. ‘일주일의 변수’가 수험생 모두에 긍정 작용을 했으면 좋겠다. 수험생들, 고생하셨어요.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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