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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세탁기로만 끝나지 않을 美 세이프가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결정했다. 다만 미 가전업체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대신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 대로 설정하고, 이 물량을 넘어 수입되는 세탁기에만 50% 관세를 부과토록 했다. 원칙적으로 반대지만 불가피하다면 저율관세할당 물량을 145만 대로 설정해 달라던 삼성과 LG의 요구가 어느 정도는 반영됐다. 일종의 절충안으로 최악은 면한 셈이다.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트럼프 대통령은 권고안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2002년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우리기업들의 미국 세탁기 시장 수난사는 눈물겹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자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설치하고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했다. 물량이 늘어나자 미국은 반덤핑 제재를 가했고 수출물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생산기지는 중국으로 옮겨졌다. 미국이 중국 수출을 견제하자 이번엔 베트남 등 동남아로 또다시 옮겼고 이젠 세이프가드를 돌파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월풀의 피해 주장은 터무니없다. 조사기간인 지난 2012~2016년 월풀의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공장 가동 중단이나 감원도 없었다. 미국 가정용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도 38%로 삼성(16%) LG(13%)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세탁기를 처음으로 상업화했고 최근까지도 세계 세탁기 시장을 석권하던 세계 500위권의 글로벌 기업이 부리는 억지를 들어줄만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심각하다.

문제는 미국의 반시장적 무역조치가 세탁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논란이 된 철강, 태양광 패널에 이어 자동차 등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곧 돌입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미국은 전방위 통상 압박을 가할 게 분명하다.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에 더욱 적극적이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WTO 제소는 물론이고 한-미 FTA 협정이나 WTO세이프가드협정에서 모두 인정하고 있는 보상규정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같이 피해를 보는 중국,베트남,태국 등과의 연대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통상 이슈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WTO의 협정 위배 판정을 이끌어 낸 지난 2002년 철강제품 세이프가드 발동 당시를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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