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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혐오, 일베에서 워마드로
미러링(Mirroring). 어떤 행동을 의도적으로 모방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만들어진 단어다. 온라인커뮤니티 워마드에서 ‘남성혐오’를 정당화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혐오’ 가 있는지, 그 단어를 똑같이 되갚아 사용하면서 느껴보라고 한다. 워마드가 사용하는 미러링의 용례는 다음과 같다.

“공원에서 X린이 먹고 싶다. 야들야들 핑크X들 청정X먹고 싶어가 미치겠다이기. X린이들 질질질 싸노.”

여기서 X는 성기를 지칭한다.

이들의 ‘남성혐오’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를 모방했다. 일베는 여성과 진보성향 정치세력, 호남지역을 혐오한다.

한국 여성을 ‘김치녀’라고 부르는 것은 약과다. 한국 남성에 기대어 성적매력을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끊임없이 받아낸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성기와 ‘벼슬아치를 합친 ‘보슬아치’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사용한다. 일부 문제가 된 사안을 확대 재생산해 ‘한국 여자는 답이 없다’, ‘여자는 삼일에 한번씩 패야 한다’ 고 한다.

또 사촌여동생 등 여성을 몰래 촬영해 게시판에 올린 뒤 “xx고 싶다” 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성범죄 대상으로 만든다. 일베 사용자들의 성범죄 모의에는 이웃집 외국인 노동자의 유치원생 딸까지 포함되기도 했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선 ‘원정녀’라고 부르며 모욕했다. 초등학생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과 함께 ’로린이(로리타+어린이)’라고 부른 예비 초등교사가 임용이 취소되기도 했다.

일베에서 벌어진 문제들과 그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나열은 한정없이 가능하다. 그리고 일베를 미러링한다고 주장하는 워마드의 사건 사고도 이제 비슷한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한 워마드 사용자는 호주에서 10대 소년을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 소년에게 먹인 뒤 잠든 소년의 성기를 만지고 자신의 성기를 소년의 신체에 비비는 등 행동을 했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올렸다.

곧이어 다른 워마드 회원들의 댓글이 달렸다. 이메일로 동영상을 보내달라는 요청, 자신도 하고 싶다는 내용 등이 줄을 이었다.

이후 논란이 일자 경찰청은 호주 경찰이 호주 다윈 지역에서 해당 여성을 특정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여성 혐오에 대항해 남성 혐오를 한다는 워마드 회원이 결국 성범죄를 저지른 셈이 됐다.

워마드의 미러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배우 김주혁 씨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한국 남자’라는 이유로 모욕했다. 김 씨가 연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남성 인권 운동 모금활동을 하겠다며 한강에 투신해 숨진 인물의 이름을 따 조롱하기도 한다. 이들은 ‘보X신의 심기를 거슬러 전복됐노. 전복요정 주혁이 탄생했노. 불의요정김군 물의요정재기의 후속이노”라고 했다.

광복절에 맞춰서는 안중근, 윤봉길 의사를 비하하기도 했다. ‘한남충’,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슨 독립 운동이냐’고 주장하며 조롱했다. 또 “손가락 장애 아저씨”, “손도장까지 찍다니 관심종자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여성 혐오에 대항해 남성 혐오를 한다는 워마드의 성격에 대해 가해지는 비판을 비꼬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워마드의 방식을 ‘급진적 페미니즘’의 한 갈래로 이해하기도 한다. 한국의 뿌리깊은 성차별 구조에서, 남성을 상대로 한 적나라한 ‘성기품평’과 같은 단어를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평소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남성들에게 당혹감과 함께 현실을 일깨우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워마드가 표방하는 ‘미러링’이 커뮤니티 내부에서 놀이의 형태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혐오 발언들과 불분명한 경계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여성해방, 페미니즘이라는 사회적 의미는 사라져간다. 대신 남는 것은 사건 사고와 논란뿐이다.

워마드에서 하고 있는 미러링에 대한 다른 커뮤니티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길거리에서 똥을 누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이 부끄러운 행동을 한다고 인식시키기 위해 거울을 가져다 놓는 행위라 정의하며, 이렇게만 한다면 정상적인 미러링이 맞다. 문제는 워마드는 거울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맞은 편에서 같이 똥을 푸짐하게 싸고, 길 가던 사람들에게 똥과 오줌을 마구잡이로 투척한다는 것이다“

‘미러링’이라는 단어가 면죄부가 될 리 없다. 일베와 남성을 혐오한다는 워마드가 그들을 빼닮아 가고 있다는 걸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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