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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위기 20년] “구조조정 학습 기회이자 시련”…경제체질 개선 보약이 되다
취약한 경제구조에 亞 경제위기 ‘불똥’
OECD 가입으로 준비없이 선진경제 편입
단기차입금 대거 부실화 외국인투자자 ‘썰물’
30대 재벌 16곳·은행 16곳 구조조정 퇴출
혹독한 대가 치르고 세계 11위 경제대국 ‘우뚝’


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딱 20년이 된 지금, 한국 경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동반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기초 체력이 몰라볼 정도로 탄탄해졌다. 핫머니(Hot Money)의 유출로 바닥을 보였던 외환보유액은 20년 전보다 19배가량 불어났고, 600%가 넘던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 비중은 30%로 뚝 떨어졌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경상수지는 5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부로부터 강요된 구조조정이었지만, 그 효과는 제대로 본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태국으로부터 시작된 아시아 경제위기였지만, 사실 한국 경제의 내부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술 경쟁력은 제자리인데 임금상승률과 땅값 상승 등 고비용ㆍ저효율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수년째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던 것이다. 우리 경제가 중국의 값싼 인건비와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이른바 ‘넛크래커(호두까기 기계)’로 비유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되자 온실 속 보호를 받던 한국경제가 준비도 없이 거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외화 유출입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지만, 정부는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을 소진시켰다. 여기에 종합금융회사들이 싼값으로 쉽게 빌릴 수 있는 단기차입금을 부실 대기업에 중복 투자하면서 위기는 더욱 커졌다.

여기에 한보철강,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도 위기를 맞으면서 국제금융시장에 한국경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단기자금들의 만기 연장이 불가능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썰물 빠지듯 떠나갔다. 당시 단기외채 비중은 655.8%로, 외환보유액의 6배가 넘었고,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인 ‘B+’까지 떨어졌다.

IMF가 한국이 신청한 구제금융 195억 달러를 내주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고금리정책과 기업 구조조정, 공공재의 영리화 등이었다.

이에 따라 30대 재벌 중 16개가 퇴출당했고, 은행 26곳 중 16곳이 문을 닫는 등 한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렸지만, 지금껏 미뤄왔던 각종 개혁 과제들을 신속히 이행됐다. 당시 IMF 총재였던 미셸 캉드쉬가 ‘위장된 축복’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대폭 개선됐다.

실제로 204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화보유액은 3844억6000만 달러(10월 말 현재)로 18.9배 급증했고, 단기 외채비중도 30.8%로 뚝떨어졌다. 경상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에서 987억 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산업의 슈퍼호황과 맞물리면서 2012년 3월 이후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국가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이후 11단계나 높아진 ‘AA’를 기록 중이다. 이는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과 동등한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0년대 후반 가격 경쟁력에 의존한 수출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과잉 생산능력이 문제가 됐다”며 “IMF 구제금융으로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며 생산성의 효율화가 진행된 결과 개발도산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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