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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뻔한 선악 없는‘황금빛 내인생’…인간의 이해·공감 이끌다
출생의 비밀속 뒤바뀐 흙수저·금수저
등장인물의 선악 양면성 그리기보단
인간의 다양한 정서 통해 공감대 형성
전형 벗어난 형식 향후 스토리도 기대

요즘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쓴다. KBS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신혜선)이 김을 말리는 인천의 바닷가에 나타나자 “기억 상실이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발 기억상실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또 “산속에 들어가 약을 먹은 사람이 왜 해안에 있지?”라고 한다. 이를 들은 한 사람이 말한다. “우리나라는 항상 산옆에는 강이 있고 바다가 있어”

서지안이 기억상실이 되면 드라마 재미가 크게 줄어들게 돼 그런 수법을 쓸 리가 없는데도 지레 걱정한다. 지안이 지금까지의 고생과 아픔, 잠깐 동안의 재벌딸 생활 등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야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로또를 잡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음이 밝혀진 이후의 전개 말이다.

KBS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은 출생의 비밀 등 드라마의 기본적 장치들을 활용하되, 극중 인물들을 단순히 선과 악의 양면성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처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잘되게 그려낸다.

재벌가 친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서지수(서은수)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궁금하다. 지수가 중요한 캐릭터가 됐지만, 지안 캐릭터도 여전히 흥미롭게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전개된 스토리로 보면, 지수가 어디를 가도 행복할 수 있는 아이라면, 지안은 어렵게 행복을 찾아가는 유형이다. 이를 통해 소현경 작가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도 짐작하게 된다.

흔히 인간은 선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악한 모습도 있다고 한다. ‘황금빛 내 인생’속 인물들은 단순히 선과 악의 양면성으로 설명되기 보다는, 처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잘되게 그려낸다.

그래서 ‘황금빛 내인생‘은 출생의 비밀 등 드라마의 기본적 장치들을 활용하되, ‘그 이후’를 뚝심있게 그려낸다. 소현경 작가는 ‘내 딸 서영이’때도 아버지와 딸의 갈등과 화해라는 가족극의 흔한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둘 사이의 관계변화를 뚝심있게 그려내 공감하게 했다.

지안의 머리속은 하얗게 돼버렸다. 재벌인 친부모가 나타났다고 해서 20살이 넘도록 길러준 부모를 어떻게 버리고 갔지 하는 자책과 원망, 자기부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모습은 어떻게든 신혜선의 남자가 될 박시후(도경)와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드라마의 해피엔딩이란 사랑이 이뤄지거나, 부잣집 남자(여자)와 결합하는 것이다. 이게 행복이다.

하지만 ‘황금빛 내인생‘에는 서민 집에 있다가 재벌 집에 들어갔다고 해서 완전히 바뀌는 게 아니다. 지안은 그동안 자신을 길러준 것으로 알고 있었던 서태수(천호진)의 울타리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던져진 셈이다. 행복해야 할 것 같은데 아픔이 되는 것이다.

핏줄 타령을 하는 나영희(명희 역)도 이제는 자신의 친딸로 밝혀진 지수를 왈칵 껴안아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 아이가 낯설다. 당돌한 지수와 예의를 지켰던 지안이 비교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지수의 당둘함은 충분히 이해된다. 자식 바꿔치기를 당한 피해자로서 지수의 돌변은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나가는 최소한의 변화요 내적갈등이다.

이처럼 ‘황금빛내인생’속 인물들은 모순적인 캐릭터의 딜레마, 그로 인해 생기는 이중적, 또는 다양한 종류의 정서를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를 성찰하게 한다.

‘황금빛 내인생’에는 흙수저(서민)가 금수저(재벌)가 됐다가 다시 흙수저로 돌아왔고, 또 다른 흙수저는 금수저가 됐다. ‘흙수저 금수저’ 문제는 흔히 국가와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게 도식적이지 않다. 원망하면서 동경하는 개인의 이율배반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안과 지수는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모두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두 종류로 나눠진다. 소비되는 드라마와 기억되는 드라마다. 시청률이 40%가 나와도 그 순간에만 강하게 소비되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인간의 양면성과 같은 인간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서 드라마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는 드라마도 있다. 물론 ‘황금빛 내인생’은 후자가 될 것이다.

‘황금빛 내인생’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주말드라마의 전형을 따르고 있지 않다. 어떨 때는 미니시리즈 같기도 하다. 주말극 스타일도 섞여 있다. 보통 드라마들은 주인공이 산에 가서 약을 먹으면 시즌1은 끝났다. 그리고 이야기를 엿가락처럼 늘린다.

‘황금빛 내인생’은 그렇지 않다. 사건을 던지고 그후 풀어나가는 방법을 보면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는지 짐작이 될만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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