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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사하라사막의 모래는 누가 다 없앴나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베네수엘라를 보면, 밀턴의 말은 정말 농담이 아니었다”고 한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인의 말에 동감한다. 일생을 바쳐 ‘작은 정부론’을 외쳤던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말했다. “사하라 사막의 관리를 정부에 맡겨 보라. 아마 5년 안에 모래가 바닥날 것이다.”

‘남미의 파라다이스’로 불렸던 세계 최고의 석유부국이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놓였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두 곳이 지난주 베네수엘라 국가 신용등급을 전면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바로 전 단계로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로, 피치는 ‘제한적 디폴트(Restricted Default)’로 내렸다. 3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도 수억 달러의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 600억달러가 넘는 채권을 발행한 베네수엘라는 현재 총부채가 1500억 달러로 불어났는데, 보유 외환은 100억 달러 뿐이라고 한다.

전세계서 가장 많은 석유를 깔고 앉은 나라이지만, 국민의 5분의 4가 빈곤층이다. 어린이들은 먹을 게 없어 쓰레기통을 뒤지고, 볼리바르화 지폐는 화장실 휴지로 쓸 정도로 가치가 추락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식량·의약품 부족으로 임신부들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아이를 낳기 위해 콜롬비아로 건너간 베네수엘라 임신부가 1년새 1000명에 육박했다. 불임수술을 받는 젊은 여성들도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을 720%로 예상했다. 내년은 이 수치가 20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혼란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베스는 1999년 집권 후 석유산업을 국유화했다. 석유로 번 돈을 빈민복지에 쏟아 부었다. 빈민층에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빈민들에겐 땅도 공짜로 나눠줬다. 경제논리란 없었다. 흥청망청 뿌려대는 산타클로스 복지에 대중은 환호했다. 14년간 좌파정권을 이끈 그가 2013년 암으로 사망하자 ‘리틀 차베스’로 불린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그의 정책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가격 통제를 비롯한 마두로의 반(反)시장주의 정책은 기업들의 목을 졸랐다.

미국 언론들은 베네수엘라의 몰락에는 저유가도 한 몫 했지만, 더 기막힌 건 차베스-마두로 정권이 기업가 정신을 질식시킨 것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에 남은 것은 인플레이션과 부패, 떠난 것은 돈과 사람이다.

좌파 정권 20년간 200만명의 엘리트들이 조국을 떠났다. 이들은 “이 나라가 다시 회복되는 데는 적어도 60년에서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한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가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의 대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계는 베네수엘라 비극의 교훈을 뼛속깊이 새기고 있을 것이다. 포퓰리즘의 수혜는 달다. 단맛에 중독되면 정부도, 국민도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그렇게 사하라 사막의 모래는 바닥나는 것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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