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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시험장 확정됐지만…“여진 없기를 하늘에 빌뿐”
포항수험생들 불안감 여전
수능 당일에도 여진올까 걱정

안전진단 통과 학교 전제로
수험생 80% “포항서 시험” 원해

수험장 바뀐 교사 적응도 걱정
학교구조·방송시설 점검해야


“별 수 있나요. 여진이 오지 않길 하늘에 비는 수 밖에요.”

20일 규모 5.4의 강진으로 미뤄진 포항 지역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과 장소가 최종적으로 확정됐지만, 포항 수험생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다. 여진이 계속 되면서 23일 수능 당일에도 여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 보도로 포항 지역 수험생들 43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 80%가 포항 시내 수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길 원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포항고등학교 3학년인 김석환(18) 군은 “설문조사가 2차례 진행됐고 두번째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안전한 수험장에서 진행된다’는 전제가 붙어 있었다는 점은 기존 언론보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당초 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들이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안전진단 조건이 붙지 않은 상태에서 포항 내에서 시험을 치르자는 비율은 60% 정도였다. 여전히 포항 외 지역에서 보자는 학생들보다 많기는 했지만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경북교육청과 학교장, 3학년 부장 교사, 학교운영위원장들이 회의를 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안전진단을 조건으로 설문조사를 하자 균형추가 포항 시내로 쏠린 것. 그러나 여전히 여학생들의 경우 25% 이상이 다른 지역을 선호했다.

포항고등학교 3학년 담임인 권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정부가 안전진단을 통해 안전을 확인한다는 조건이 일종의 ‘희망’으로 읽혔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가신 것은 아니다. 이날 새벽에도 포항 지역에 규모 3.6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수능 당일 지진 가능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포항 시내를 택한 것은 1%의 불안감보다 99%의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수험생의 입장 때문이다.

김 군은 “교육부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라고 하면 군말없이 따랐을 것 ”이라면서도 “사실 차로 1시간에서 1시간 반 이상 떨어진 대구나 경산 등 다른 지역으로 가라고 하면 누군가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가거나 미리 가서 숙박을 가야 하는데 몸과 마음이 너무 고단할 것 같다는 게 반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 였다”고 했다.

권 교사 역시 “수험생인 아이들은 불안감보다 불편함을 못 견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안전 문제가 제기됐던 포항고와 포항여고, 장성고와 대동고의 경우 다른 학교 시험장으로 옮기면서 원활한 시험 진행을 위해 점검해야 할 것이 많다. 특히 기존 수험장 담당 교사들이 바뀐 시험장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경우 바뀐 방송시설이나 학교 구조 등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교사들의 적응도는 이들을 따라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사실 시험 당일 여진이 닥칠 경우 기존 시험장이나 포항 시내 다른 학교 또는 인근 지역의 다른 시험장이나 상황은 똑같다는 게 수험생들과 교사들의 판단이다.

권 교사는 “여진이 올 때마다 컵에 담긴 물이 마구 흔들리는 상황이라 학생들이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려고해도 계속 불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처음 지진이 왔을 때 대구나 경산도 크게 흔들렸고 여진이 3.5~4 규모면 포항 남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형산강 이남 쪽 학교면 좀 낫겠지만 거긴 차로 1시간 가까이 걸려 대구 등과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성, 안전, 정서적 안전을 다 고려하면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어느 쪽 선택이 맞다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안전점검을 충분히 했다고 믿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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