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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도 창업시대 ①] 법조인 2만명… ‘블루오션’ 찾아 로펌 떠나는 변호사들
-변호사 급증 시장규모는 제자리…로펌도 인사적체
-승진 시기 기약어렵고, 로펌서 전문성 쌓기 어려워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지난 7월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은 프로축구팀 강원FC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서브 스폰서로는 역대 최고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모기업이 아닌 외부 사업체가 마케팅 시장에 뛰어들면서 축구업계에선 큰 화제가 됐다. 이 후원 계약을 성사시킨 박건호(35·40기) 변호사는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충정에서 일하다 지난 3월 축구 에이전시 ‘굿스톤즈’를 창업해 운영 중이다.

변호사 수가 2만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기존 소송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창업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법률서비스업체 ’헬프미‘ 창업 변호사들. 왼쪽부터 박효연, 남기룡, 이상민 변호사]

대한변협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등록된 국내 변호사 수는 2만3154명이다. 휴업이나 미개업자를 제외하고 실제 활동하는 변호사는 1만9088명에 달한다.

변호사 수가 늘면서 로펌 조직 문화도 변하고 있다. 변호사업계 시장 규모는 2조~3조원대에서 성장하지 않는데, 로스쿨에서 배출하는 법조인력은 계속 누적된다. 판사나 검사 출신의 ‘전관’도 꾸준히 로펌으로 들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로펌에 채용된 변호사들이 일정 기간 경험을 쌓으면 자기 지분을 갖는 파트너 변호사가 됐지만, 이제는 그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상황이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차별화된 전문성을 쌓아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지만, 큰 조직에서 주어진 일에 몰두하다 보면 자기계발을 하기도 힘들다.

법률서비스 업체 ‘헬프미’를 3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상민(36·39기) 변호사도 한창 능력을 인정받던 시기에 ‘자기 일’을 찾아 나선 경우다. 6년 간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 변호사로 활동했지만, 해외연수를 앞둔 연차에 사표를 내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법조시장에서 ‘사건 브로커’가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며 문제의식을 가졌던 그는 의뢰인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변호사를 골라 상담할 수 있는 업체를 차렸다. 헬프미 대표를 맡고 있는 박효연(35·39기) 변호사도 법무법인 율촌 출신이다. 헬프미는 이미 흑자전환을 했고 지급명령이나 서류작업 대행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트러스트’를 창업한 공승배(46·28기) 변호사처럼 로펌 파트너급 변호사가 창업한 사례도 있다. 미국 재무분석사(CFA) 자격을 갖춘 공 변호사는 법무법인 광장과 화우를 거치며 기업 인수합병(M&A)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2007년부터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트러스트를 차렸다.

아파트 매매나 전, 월세 거래 대상을 인터넷을 통해 소개하고,  거래액이 3억 원 이상인 경우 99만 원, 미만인 경우 45만 원만 받는 서비를 제공하면서 부동산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트러스트는 최근 업무용 빌딩 중개 자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초년 변호사가 창업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문직이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만한 다른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변호사도 돈과 시간, 경험이 받쳐줘야 창업을 할 수 있다”며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기보다 일정 기간 변호사로서 기본기를 쌓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도 창업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소송이나 자문 등 기존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정도여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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