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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학 첫 공판]‘연기일까 진심일까’…이영학, 변명 가득한(?) 자필 메모
딸 얘기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오열
재판 끝나자 방청객 “연기하는 것 봤어?” 평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중학생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17일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한 이 씨의 손에는 여러번 접은 종이 쪽지가 들려있었다. ‘눈감고 편히’라는 자필 문구가 엿보였다. 법정에서 발언할 내용을 사전에 적어 준비해온 듯한 모습이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성호)는 이날 오전 11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살인)및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영학과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박모(36)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입장한 이영학은 연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재판에 임했지만 눈썹을 움직이거나 한숨을 내쉬며 중간중간 불안한 기색도 보였다.

이 씨가 울먹이기 시작한 건 판사가 반성문 이야기를 꺼냈을 때였다. 이 씨는 이날 재판에 앞서 ’무기징역만 좀 풀어달라. 희망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내용으로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가 해당 내용을 언급하며 확인하자 이 씨는 “목표가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 씨가 꺽꺽 소리까지 내며 울기 시작한 건 검사측이 딸 얘기를 꺼냈을 때였다. 검사가 이 씨의 딸 이모(14) 양을 증인으로 요청하겠다는 발언을 하자 이 씨는 격하게 반응하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왜 우냐는 판사의 질문에 이 씨는 “○○(딸)이를 데리고 오고 싶지 않은데요. 제가 다 벌 받으면 되는데요”라며 한숨과 울음이 뒤섞인 상태로 울부짖었다. 검찰에 출석해야 할 딸 아이를 걱정하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역시 녹색 수의 차림으로 참석한 박 씨는 줄곧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박 씨측 변호인은 의뢰인 박 씨가 이영학의 범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기존 진술내용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

박 씨는 이날 공판에서 자신은 이 씨의 범행 사실을 몰랐으며 차만 태워줬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이영학과 딸 이양의 도피를 돕고, 도봉구 소재의 원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로 지난 3일 재판에 넘겨졌다.

박 씨는 재판장을 떠나면서도 줄곧 방청석에 시선을 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것으로 알려진 박 씨의 모친을 향한 눈빛인 듯했다.

박 씨의 모친은 뒤이어 퇴장하는 이 씨를 향해 “너는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안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공판에 참석한 방청객들은 법정을 나서며 “(이영학)연기 하는 것 봤어?”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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