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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아찔한 ‘피사의 아파트’, 너무 취약한 생활시설 안전
포항 지진 충격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주택과 학교 등 생활 시설물 안전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하면 17일 오전 현재 지진 피해 이재민 수는 1789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보다 400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였다는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 보다 더 많다. 이들은 살고 있는 아파트와 다가구주택 등이 지진으로 붕괴 위험이 높아 집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학교 시설물도 이번 지진 앞에 맥을 추지 못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이들 시설물의 내진 능력이 절대 모자란 탓이다. 앞으로는 6.0 이상의 더 강한 지진이 올 수도 있다는 데 걱정이 크다.

이번 지진 피해 건축물 안전 점검에 나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일부 주거시설 상황은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진앙지 인근인 포항 흥해의 5층짜리 한 아파트는 6개 동 가운데 2개 동에서 균열과 파손이 발생했다. 그 중 한 동은 아예 바닥이 들려 뒤로 4도 정도 기울어진 ‘피사의 아파트’이 됐다. 진단을 마친 전문가들은 추가 정밀 진단이 필요하지만 “사람이 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따지고 보면 이 아파트 뿐이 아니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주택의 내진 설계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그나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44%선에 이르지만 다가구나 단독 주택은 4%대에 머물고 있다. 1988년 이후 내진설계 기준이 점차 강화돼 지난 2월부터는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이 의무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의무 대상이 아닌 건축물은 내진 설계가 사실상 전무하다. 예비 ‘피사의 아파트’가 곳곳에 널려있는 셈이다.

학교 시설물도 안전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내진 능력이 확보된 학교 시설은 23% 정도라고 한다. 새로 짓는 학교 말고는 대부분 지진에 견디지 못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하긴 포항시내 수능시험장 14곳 중 10곳이 외벽에 금이가고 창문이 부서져 시험을 치를 없었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정부는 내진의무설계 대상을 2층 또는 200㎡ 이상 건축물로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시설물의 안전이다. 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화급하다. 이번 지진에 치명적 문제를 노출했던 필로티 방식의 다세대 주택에 대한 전면적 안전점검도 빠져선 안된다. 내벽 보강재 추가 시공 등 일본의 지진 대비 노하우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하면 재난이 닥치더라도 그 만큼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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