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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실업률 떨어지는데 車 대출 연체는 증가…금융위기 전조?
-90일 이상 연체자 작년보다 40만명 늘어
-비은행권 車 대출 기준 부실 탓
-“경제위기 조기 경고 신호로 모니터링 필요”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미국에서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대출시장 부실화로 인한 연체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금이 90일 이상 연체된 미국인은 작년보다 40만 명 증가한 63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차량이 회수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2011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왔다. 이는 실업률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보다 많은 미국인이 일자리를 얻고 소득이 생기면서 자동차 대출금을 갚는 것이 쉬워져야 하지만, 이 보고서는 여전히 수백만 명이 납입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은행권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크게 늘고 있다. 은행권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꾸준히 개선돼, 올해 3분기의 경우 4% 만이 90일 이상 연체됐다. 반면 비은행권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연체자는 9.7%에 달했다. 신차 대출의 약 20%가 서브프라임 차입자다.

윌버트 반 데어 클라우 FRB 선임 부총재는 “자동차 금융 대출기관의 연체율은 서브프라임 차입자의 경우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며 “최악의 경기침체 기간의 연체율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자동차 대출 시장 위기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교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 담보 대출 등은 기준이 엄격해졌지만, 규제 칼날이 자동차 대출기관까지 미치진 못했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주택 담보 대출 및 신용카드,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연체율은 꾸준히 하락했으나, 자동차 대출은 증가세를 그렸다. 현재 연체자 상당수의 신용점수는 620점 미만(800점 만점)으로 낮다. WP에 따르면 앨라배마 주(州)의 한 남성은 엽총 한 자루로 자동차 대출 계약금을 충당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자동차 대출 시장이 주택 대출 시장 등에 비해 현저히 작기 때문에, 전체 경제를 흔드는 위기를 불러오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조회기관인 익스피리언(Experian)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 평균 금액은 약 3만 달러로, 22만 달러가 넘는 주택 대출 평균에 비해 소액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소비자 대출 부문의 상대적 규모를 감안할 때, 연체된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이 전체 경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하나의 단기적 경제지표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WP 역시 월가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 위기를 조기에 경고하는 신호로 보고, 자동차 대출 연체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FRB는 보고서와 관련해 공식 블로그에서 “자동차 대출 연체 증가가 전체 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보유자가 2300만 명이 넘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들이 채무불이행으로 신용에 타격을 입거나 대출금 상환 후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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