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포항 지진]도시형 생활주택 88% 지진취약 ‘필로티구조’… “무섭지만 이사갈 수도 없고”
-건축비 저렴…붕괴위험 일반주택보다 커
-주민들 공포…“돈도 없는데 강진땐 어쩌나”
-주거 수요 대응 위해 만든 제도 개선 필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구조가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는 게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필로티 구조는 지상층에 면한 부분에 기둥과 내력벽(耐力壁) 등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 이외의 외벽이나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개방해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말한다.

17일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실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만3933단지 중 1만2321단지(88.4%)가 지진에 약한 필로티 구조다. 이 구조는 1층 주차장 안쪽에 입구가 있는 경우가 많아 1층 화재 시 대피나 진입이 어렵고 지진 때 붕괴 위험도 일반 주택보다 크다고 윤 의원은 지적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훼손된 필로티 건물의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광역지방자치단체 기준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중 필로티 구조로 건설된 비율은 부산이 96.6%로 가장 높았고 대구 95.1%, 인천 93.4% 등 순이었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외벽 마감재가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한 단지도 총 4205단지(30.1%)에 달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세 난과 늘어나는 1ㆍ2인 가구 주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된 주택으로, 전용 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도시지역에서만 지을 수 있다. 필로티 구조는 건축비가 저렴해 도시형 생활 주택에 많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건물이 심하게 훼손된 것을 목격한 시민들은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광역시 해운대 부근 도시형 생활주택에 살고 있는 김모(56ㆍ여) 씨는 “필로티 구조 집에 살면서도 필로티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고 살았다”면서 “이사를 가야할 것 같지만 아파트로 가기엔 형편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광주에 사는 정모(62) 씨는 “쉽게 지은 건물은 쉽게 무너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이 곳에 살 수밖에 없었다”며 “왜 가난한 사람들은 재해 피해도 더 커야만 하는지. 재난도 부익부빈익빈으로 나눠서 오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윤영일 의원은 “주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주거 정책이 지진 등 재해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매번 재해로 인한 피해를 당하고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식 정책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a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