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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돈의 짐바브웨, 이목 끄는 권력 투쟁 핵심 4인방
-짐바브웨 군부 쿠데타…‘37년 독재’ 무가베 가택연금
-무가베·그레이스 對 음난가그와·치웬가 권력 투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세계 최장기·최고령 집권자인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군부의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15일(현지시간)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가운데 무가베 대통령은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그는 안전한 상태로 전해졌지만, 그의 37년 독재는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쿠데타는 ‘무가베 대통령과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 대(對)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과 군부 수장 콘스탄틴 치웬가(61) 장군’의 권력 투쟁으로 풀이된다. 무가베 대통령이 최근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해임하며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부통령을 지지하던 군부가 반기를 든 것이다. BBC는 이 4명을 ‘짐바브웨 권력 투쟁의 주요 선수들’로 꼽았다.

왼쪽부터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그레이스 무가베,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군부 수장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 [사진제공=AP, EPA연합뉴스]

▶‘최장기 독재자’ 무가베=무가베는 독립 투사 출신으로, 짐바브웨가 영국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1980년 초대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 37년째 집권하고 있다. 왕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권한 인물이다. 2018년 대선에도 출마할 예정이던 그는 100세까지 통치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해방 영웅’이던 무가베는 집권 후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국가 경제를 파탄에 빠뜨리면서 ‘독재자’로 전락했다.

그는 총리 취임 후 정치적 동지 조슈아 은코모를 제거하고 2만여 명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1990년대에는 토지개혁을 명목으로 백인 농장주들의 농장과 땅을 몰수하고 이들을 갑자기 내쫓아 서구 사회의 비난을 샀다.

이는 농업을 몰락시키고 국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게 해 결국 국가 경제의 파탄을 초래했다.

짐바브웨 국민들은 만성적인 실업과 빈곤으로 나라를 떠나고 있지만, 무가베는 인권 탄압과 부정선거로 권력을 유지하며 사치를 일삼아왔다.

93세의 나이로 노쇠한 상황에서도 권력을 포기하지 못하고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세습하려던 그는 결국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구찌’ 그레이스=그레이스는 무가베의 41살 연하 둘째 부인이다. 무가베의 개인비서 출신인 그는 짐바브웨에서 가장 막강한 여성이 됐다.

그레이스와 무가베는 첫째 부인 샐리 프란체스카가 암 투병 중일 때 만나 결혼 전 이미 2명의 아이를 낳았다.

샐리가 사망한 후 무가베와 결혼한 그레이스는 사치가 심해 ‘구찌(Gucci) 그레이스’로 불렸다.

그레이스는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내의 파벌 ‘G40’을 이끌며 오랜 기간 무가베의 막후 실세 역할을 해왔다.

최근 무가베가 노쇠한 모습을 보이자 그는 공개적으로 무가베의 후계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레이스는 지난 5일 “내가 대통령직을 기꺼이 물려받을 것”이라며 무가베에게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악어’ 음난가그와=음난가그와는 그레이스가 부상하기 전 수년간 무가베의 후계자로 꼽혀온 인물이다.

독립 투사였던 그는 해방 이후 줄곧 정부에서 일해왔다. 국방장관을 역임했으며 군 장성과 참전용사들의 지지를 받는 인사다.

음난가그와는 자국 내에서 “악어(ngwena; crocodile을 의미하는 쇼나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악어는 짐바브웨에서 전설적인 동물로, 은밀하고 무자비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음난가그와는 1977년 해방 전쟁 당시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는 등 오랫동안 무가베를 가까이서 도왔지만, 그레이스의 대통령직 승계 시도를 계기로 무가베 부부와 정적 관계가 됐다.

그는 지난 6일 경질된 후 해외로 도피했으며, 성명을 통해 나중에 짐바브웨로 돌아와 무가베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음난가그와 최측근’ 치웬가=이번 쿠데타를 이끈 치웬가는 음난가그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음난가그와와 마찬가지로 독립 투사로 활동했으며, 지난 1994년부터 짐바브웨 육군을 이끌다 2003년 짐바브웨 연합군 사령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봐도 명백하게 해방전쟁 참전용사 출신 정당 인사들을 겨냥한 숙청은 당장 멈춰야 한다”면서 “기만적인 속임수의 배후 인물들에 군대가 혁명을 보호하는 문제에 개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상기시킨다”고 경고했다.

이튿날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탱크가 목격됐으며, 15일 짐바브웨 군부는 권력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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