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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제약산업 철수…‘삼성ㆍSKㆍLG 제약사업은 순항중’
-CJ그룹, CJ헬스케어 공개매각 결정
-앞서 한화ㆍ롯데 등도 제약사업 철수
-삼성ㆍSKㆍLG 등은 성공적으로 안착
-백화점식 아닌 선택과 집중이 성공 열쇠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CJ헬스케어가 제약업계 철수를 공식화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업계 10위권에 해당하는 CJ헬스케어마저 제약사업에서 손을 떼자 적잖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삼성, SK, LG 등 승승장구하며 제약산업에서 제 역할을 하는 대기업들도 있는 것은 위안이 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제약사업에서 어떤 곳은 실패를, 어떤 곳은 성공을 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면서 어떤 점이 성패를 가르는 포인트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설명=CJ그룹은 제약 계열사인 CJ헬스케어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약사업에서 철수한다.]

▶롯데, 한화에 이어 CJ까지 제약사업 정리=CJ그룹은 지난 3일 제약 계열사인 CJ헬스케어를 공개매각한다고 밝혔다. CJ는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현재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

CJ헬스케어는 지난 1984년 모회사인 CJ제일제당이 유풍제약을 인수하면서 제약사업에 뛰어 들었다. 2006년엔 한일약품까지 인수하고 2014년 CJ제일제당과 물적분할을 통해 CJ헬스케어를 설립했다. CJ헬스케어의 지난 해 매출은 5208억원, 영업이익은 679억원으로 업계 10위에 해당한다.

이번 매각 결정으로 CJ는 제약업계 진출 33년만에 제약사업에서 손을 떼게 된다. CJ그룹 관계자는 “CJ헬스케어의 매각은 제약사업부를 더 키우려는 그룹 차원의 결정”이라며 “그룹 내에 있는 것보단 독립을 시키는 것이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CJ헬스케어가 지난 30여년간 한국 제약산업에서 해 온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86년 국내 최초로 간염백신인 ‘헤팍신주’를 개발했고 최근엔 항혈전제 ‘씨제이티카그렐러’의 허가를 획득했다. 조만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테고프라잔’의 허가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회장을 맡는 등 제약산업 발전에서 CJ헬스케어는 관람객이 아닌 주연배우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쉽다. CJ헬스케어는 한국 제약업계에서 많은 역할을 해 온 기업 중 한 곳”이라며 “또 한 번 대기업이 제약사업에서 철수하게 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제약사업에서 철수한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롯데그룹 제약 계열사 롯데제약은 지난 2011년 롯데제과의 건강기능식품 사업 부문으로 흡수되면서 제약 시장에서 철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3년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을 한독에 매각했다. 한화그룹 자회사였던 드림파마도 지분 100%를 근화제약에 매각하면서 제약사업에서 손을 뗐다.

▶삼성ㆍLGㆍSK 제약사업은 ‘안착’=모든 대기업의 제약산업 진출이 실패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1999년 국내 신약 1호 ‘선플라주’를 개발한 건 SK그룹 계열사 SK케미칼이었다. SK케미칼의 제약사업은 지난 1987년 삼신제약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SK케미칼은 백신과 혈우병치료제에만 집중하며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구축해 왔다.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와 최근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인 ‘스카이조스터’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지난 해까지 LG생명과학이었다가 올 해부터 LG화학으로 합병된 뒤 든든한 지원을 밑받침 삼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이 지난 2012년 19호 신약으로 개발한 국내 최초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는 최근 월 처방액이 70억원을 돌파하며 국산 신약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산업에서 영업력에 의존하지 않고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하면서 이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삼성도 성공적인 제약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1년 뒤늦게 의약품 시장에 뛰어든 삼성이 택한 건 ‘바이오’였다. 삼성은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성공가능성이 낮은 신약개발이나 이미 레드오션이 된 제네릭 시장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업계 진출 6년 만에 6종류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 중이며 한국에서 3종, 유럽에서 4종, 미국에서 2종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셀트리온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으로 도약했다.

[사진설명=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대기업 제약 계열사. (왼쪽부터)SK케미칼,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백화점식 아닌 선택과 집중 전략이 성공 ‘열쇠’=이처럼 대기업의 제약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제약산업의 특성을 간파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로 나눌 수 있다. 제약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신약 하나를 만드는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제품 개발, 출시, 수익까지 빠르게 돌아가는 일반 산업 시각에서 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CJ헬스케어의 철수 배경에도 이런 측면이 있다. CJ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CJ CGV의 지난 해 매출은 1조4300억원, CJ E&M도 1조2900억원에 이른다. 반면 CJ헬스케어는 5200억원 매출로 그룹 차원에서는 33년 동안 투자한 것에 비해 실속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더구나 제약산업은 의약품을 다루는 것이기에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선 산업 발전을 장려하기도 하지만 약가 정책을 통해 규제를 하기도 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제약사업은 매출도 그렇게 크게 나지 않으면서 정부의 약가 정책, 리베이트 등 리스크 요인이 많은 사업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더구나 빠른 제품 사이클을 경험했던 대기업이라면 제약사업의 속도는 참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대기업이라고 제약산업을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잘하는 백화점식 제품 개발, 판매 등은 제약업계에서는 통하기 어렵다”며 “삼성, SK처럼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한 분야를 선택해 집중하는 전략이 가장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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