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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이통시장에 군림하는 ‘애플느님’
“애플느님”, “애플님이 오케이 해주셔야…”

이통사 관계자들과 아이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심심찮게 들리는 호칭이 있다. 회사명 애플에 하느님에서 파생된 ‘느님’을 붙인 ‘애플느님’이다. 뛰어난 품질, 디자인의 제품으로 마치 ‘신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였으면 좋으련만, 국내 통신업계에서 ‘애플느님’은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이통사와 제조사가 함께 부담하는 공시지원금을 내지 않는다. 우리가 감탄을 연발하는 ‘감성적인’ 아이폰 TV 광고 비용도 온전히 이통사의 몫이다. 비용은 한 푼도 부담하지 않지만 이통사 매장에 아이폰을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이나 광고 문구 디자인도 애플에 ‘오케이’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폰 수리비용을 이통사에 떠넘기는가 하면, 이통사 매장에 아이폰을 전시하기 위한 판매대 설치비용도 이통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통사에 아이폰을 공급할 때는 일정 수량 이상을 구매토록 조건을 내걸지만, 이에 따르는 재고부담은 ‘나 몰라라’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지원금 뿐만 아니라 재고부담을 이통사와 나누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심지어 국내 이통사는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포함된 수식어나 배포 시점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애플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없다. 행여 애플 심기를 거스를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다. 때문에 ‘애플느님’은 애플의 이러한 ‘제왕적’ 행태를 꼬집는 말이자 국내 통신업계의 상황을 자조하는 말로 읽힌다.

이런 행태가 최근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아이폰X(텐) 출시다. 우리나라는 항상 3~4차 출시국에 포함돼온 만큼,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X 역시 당초 연내 국내 출시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7일 밤, 애플이 오는 24일 아이폰X을 한국에 출시하겠다고 기습적으로 밝히면서 통신업계는 한바탕 ‘멘붕’에 빠졌다. 통상 신제품 출시일과 출고가는 이통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정하는 것이 관례다. 이통사들은 “사실상 애플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아이폰 비중은 10% 중후반대에 불과하다.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의 아이폰 점유율은 1분기 18.2%, 2분기 14% 정도다.

전체 안드로이드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단일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로는 아이폰을 따라갈 스마트폰이 없다. 포화된 시장에서 극심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 애플은 여전히 ‘애플느님’으로 군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 2009년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 지 8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애플의 행태는 별로 바뀐게 없다. 지속적인 소비자의 문제 제기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끝에 사후 서비스(A/S) 관련 불공정 약관을 고친 것이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다.

애플은 공정위 시정명령에 마지못해 2015년 아이폰 유상수리와 관련해 소비자의 수리 취소 및 환불 불가 약관 조항을 시정하고, 지난해 공인 수리업체에 사전통지도 없이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거나 업무 범위를 변경할 수 있게 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한바 있다.

공정위는 광고비용 떠넘기기 등 애플의 ‘갑질’ 의심사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1년여 가까이 조사가 진행된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만은 2013년 아이폰 가격을 통제했다는 이유로 애플에 2000만 대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프랑스는 작년 4월 애플이 통신사에 일정 수준의 주문량을 강제하고 광고비용을 부담시켰다며 4850만 유로의 벌금을 매겼다.

국내서도 애플의 불공정행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애플 스스로도 더 이상 ‘애플느님’이 아닌 동반자적 입장에서 시장을 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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