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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이 선물한 길…노추산 돌탑 3000개 ‘母情’의 애절함이…
집안 우환 끊으려 쌓은 26년 정성
시공을 넘은 어머니의 사랑 오롯이

공자·맹자 기린 ‘노추산’ 정상 서면
첩첩이 달리는 주변산들에 황홀

밥상처럼 평평한 ‘안반데기’ 거쳐
강릉쪽으로 내려서면 먹거리 천국


평창이 대관령 서쪽 고원이라면 노추산(魯鄒山)이 있는 강릉시 왕산은 평창 고원과 정선 스키장을 동쪽에서 지탱해주는 축대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장의 북동쪽이 선자령-하늘목장-삼양목장이고, 남동쪽이 노추산이다.

알펜시아 북동-동-남동쪽을 선자령-대관령-노추산이 엄호하는 격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올림픽을 안아주는 산들이다. 특히 노추산엔 지극정성의 모정(母情)으로 쌓은 탑 3000여기가 있어 가슴이 따스해진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내년 2월 9일부터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평창올림픽은 우리에게 길을 선물했다. 2015년부터 조성한 올림픽 아리바우길 131.7㎞는 이미 우리곁으로 와있다. 올림픽이 끝나도 이 길은 올림픽을 기억하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때론 바람의 내음처럼 스쳐지나가고, 때론 힘들때 살가운 벗처럼 곁에 있을 것이다. 사진은 26년간 가족의 우환을 끊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쌓은 노추산의 3000개가 넘는 돌탑모습. 숙연하다 못해 처연하다.

노추산의 모정탑은 차옥순씨가 1986년부터 2011년까지 쌓은 3000여 기의 탑들을 통칭한다. 차씨는 강릉에 시집와 슬하에 4남매를 두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두 아들을 잃었다. 이후 남편이 병으로 고생하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던 중, 꿈에 돌탑 계시를 받고는 왕산 대기리 노추산 자락에 돌탑을 쌓기 시작했고, 25년간 3000여 기를 올렸다.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정성과 열정이 만든 기적이다.

아들 율곡과 강릉의 친정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 일대 백두대간 넘나들며 서울-강릉을 바삐 오가던 신사임당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모정탑 가는 입구 강릉노추산힐링캠프장을 지나면 건강한 금강송이 굵고 늘씬하게 솟아있다. 낙엽이 뒹구는 오솔길을 따라 무릎 높이 돌탑이 줄줄이 보인다. 차옥순 씨의 정성에 감복한 대기리 주민이 올린 탑과 여행자가 오가며 쌓은 탑이 어우러진다. 1인의 정성은 만인의 정성으로 확장된다.

나무다리가 보이면 모정탑길이 시작된다. 어른 키만 한 돌탑이 늘어섰다. 계곡을 가운데 두고 거대한 작품처럼 돌탑이 펼쳐진다. 놀라움 만큼 애절함이 솟는다. 차씨가 돌탑 쌓을 때 기거한 움막도 보인다.

모정탑에서 노추산 이정표를 따라 5㎞를 오르면 정상에 다다르는데, 청량한 가을 공기는 온 몸을 휘감고, 다람쥐는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늦가을 쌀쌀함에도 막판 급경사에 땀을 쏟는다. 드디어 시야가 확 트이며 ‘해발 1322m 노추산’이라고 새겨진 정상 푯돌이 반갑게 맞는다. 명도를 달리하는 첩첩의 산들이 황홀한 전망을 선사한다.

백두대간 줄기에 자리한 노추산은 노나라 대표 인물인 공자와 추나라 대표 인물인 맹자의 뜻을 기리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설총과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으로, 산 아래 율곡 선생 구도장원비(九度壯元碑)가 있다. 아홉 번 장원급제 한 율곡이 이곳에서 수학할 때 남긴 비석이다. 비문은 희미하지만 율곡 선생의 기운을 받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노추산은 지난달 개통한 ‘올림픽아리바우길’ 3코스에 속한다. 강릉-평창-정선을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정선오일장에서 경포해변까지 9개 코스 131.7㎞에 이르는 역사 문화 생태 탐방로이다. 

해발 1100m, 떡메로 내리치는 받침처럼 평평한 ‘안반데기’

인근 ‘안반데기’는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받침 ‘안반’과 고원의 평평한 땅을 뜻하는 ‘덕’이 합쳐진 것이다. 이름 만큼 풍광도 독특하다. 해발 1100m 고지에 대단위 경작지가 펼쳐진다. 불쑥 나타난 고원 지형을 보며 평창이 멀지 않음을 느낀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하고, 바람은 거세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과거 피란민들이 화전을 일군 곳이다. 고난 극복의 상징, 밭에서 나온 돌로 만든 ‘멍에전망대’에 서면, 화전민들이 ‘멍에’를 지워버렸듯이 여행객의 가슴도 뻥 뚫린다.

안반데기에서 강릉 시내 쪽으로 가면 커피 향이 풍기는 커피커퍼 커피박물관이 있다. 커피에 관한 국내외 유물들을 구경하면서 커피의 온기를 즐기는 곳이다.

인근 성산먹거리촌으로 가면 강릉의 명물 대구머리찜이 입맛을 돋운다. 대구 대가리와 콩나물, 감자, 버섯 등 채소를 찐 요리로, 매콤하고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매력이다. 성산먹거리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대관령자연휴양림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 휴양림으로,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숯가마터와 숲속수련장 등 체험 학습 공간이 마련됐다.

백두대간 동쪽 자락, 고인돌 모양으로 지은 대관령박물관은 6개 전시실(청룡방, 백호방, 현무방, 주작방, 우리방, 토기방)에 청동기시대부터 근세까지 유물 2000여 점을 전시한다. 비비추원과 암석원, 수국원 등 23개 테마로 꾸며진 강릉솔향수목원은 금강송 천지인 칠성산 자락에서 건강한 솔향을 내뿜는다. 편안한 나무 데크를 따라 소나무가 우거진 천년숨결치유의길을 걷다 보면, 새 기운이 차오른다.

노추산은 오늘도 어머니 처럼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빈다. 수도권-충청-전라권에서 차로 가면 올림픽 개막식장과 같은 대관령IC로 빠져나가 경강로, 올림픽로, 노추산로를 따라 가면 만난다. 이왕 늦가을 생태여행, 겨울 바다 여행, 올림픽 기념 여행 떠난 김에 강릉 오죽헌, 선교장, 하슬라아트월드, 안목해변, 정동진을 빼놓을 수 없다. 인근 속초-양양의 도루묵-양미리 구이, 방어회도 이제 제철이다.


올림픽은 평창-강릉-정선 등 강원도 뿐 만 아니라 서울, 경기, 충청 등 온국민의 축제이다. 평창-강릉과 멀지 않은 곳도 모두 올림픽 여행지이다. 올림픽 빌리지에서 서울, 경기, 충북 주요 관광지까지는 2시간 이내에 다다를 수 있다.

충북 보은을 중심으로 청주, 문경, 괴산 일대로 자락을 뻗은 속리산은 고운 최치원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라는 시가 전해오는 명산이다. 속리산은 우리 땅의 큰 산줄기 13개 가운데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뻗어 내리고, 한강과 금강, 낙동강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다.

산세는 기골이 장대하다. 최고봉 천왕봉, 문장대, 입석대 등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험준한 산세가 품은 유순한 길이 ‘세조길’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 차 복천암으로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하여 붙인 이름이다. 세조길 탐방은 속리산 오리숲길과 세조길을 함께 걷고, 이어 복천암과 비로산장을 둘러보는 게 좋다. 동학농민군이 최후를 맞은 북실 전투를 기리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도 주변에 있다.

경기 북부 한탄강 일대엔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닮은 협곡이 있다. 용암대지가 수십만 년 동안 강물에 깎이면서 거대한 현무암 협곡이 생겨난 것이다. 한탄강 협곡 지대는 2015년 국가지질공원이 되었고, 현재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이 조성되고 있다.

4개 코스 가운데 부소천협곡에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 ‘한탄강벼룻길’이 개통했다.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주변의 산정호수는 연간 150만여 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든 인공 협곡이다. 길이 130m 서스펜션브릿지가 인상적인 어메이징파크와 연천 전곡선사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들 외에 ‘울긋불긋 단풍에 취하고, 파노라마 전망에 반하고! 서울-구리 아차산’, ‘고추장보다 빨간 단풍’ 순창 강천산, ‘억새 산행 길에 만난 선물 같은 풍경’ 밀양 사자평고산습지도 이맘 때 가볼만 한 곳으로 추천했다.

함영훈 선임기자·채지형 여행작가/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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