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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시 쉬어간들 어떠하리…늦가을 달구벌이 이토록 다채로웠던가…
팔공산능선 오르며 자연에 경외심 가득
김광석 거리·동성로 등 밤의 정취 만끽
따로국밥·찜갈비…대구 10味에 먹방도

대구시 중심부 걷기여행 코스 돌다보면
400년 역사·근대문화·패션이 한눈에…


김광석 다시그리기 거리와 청라언덕에 여행객이 몰리더니, 최근 들어 대구 동쪽 산악지역을 찾는 발걸음이 잦다.

수십 개 능선이 일제히 경배하듯 올라 한 군데로 모이는 동쪽 팔공산에서는 천촌만락이 발 아래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선물한다. 팔공산 중심에 선 석상은 나를 지켜주고 뭔가 상서로운 일을 선물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때론 근엄하게, 때론 자애롭게’ 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다르다.

등산객은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산 위로, 아래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표한다.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어르신도, 네살바기 어린이도, 수험생도, 학부모도 등정의 열정을 불태운다. 특히 자녀의 건강과 평안을 바라는 모정의 기도가 애처롭다.

달성습지 화원동산 팔각정에서 대려다 본 낙동강과 달성습지.

서쪽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면서 변화무쌍한 물줄기를 빚어내는 과정에서, 범상치 않은 삼각주, ‘세계지도’를 통합된 강물 위에 만들어 놓았다. 이 퇴적섬은 화원동산에서 내려다보면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닮기도 했지만, 두루미 등 각종 조류가 노니는 습지 구석구석 직접 돌아보다 보면 영락없는 메르카토르 도법의 세계지도이다.

숱한 희귀 동식물이 천혜의 습지에서 놀고, 제멋대로 떠다니던 나뭇가지가 동남아 맹글로브 나무처럼 육지 근처에 도열한 습지 사이로, 최근 에듀테인먼트 탐방선이 신설돼, 자연과 사람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아이가 화원동산에서 노는 동안, 어른들은 인근 사문진 주막에서 막걸리 한 사발 하면 되겠다.

대구의 동서가 생태-건강-행운-합격의 여행지라면, 남쪽과 중앙은 문화-여흥-로맨스-먹방 중심지이다.

남쪽의 앞산은 동-서-중-북 모든 것을 아우르며 굽어보듯 우뚝 서있다. 앞산전망대에 서면, 세상을 모두 가진듯 하다. 수성못, 김광석 거리, 동성로는 한밤 로맨스가 피어나는 곳이다. 남쪽 가창 허브힐스의 홍단풍은 늦가을 가장 붉은 순정으로 치장했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멋ㆍ맛ㆍ흥ㆍ야(夜)의 대구 4색 여행 생태계가 윤곽을 드러냈다. 드라마가 현실이라면 지금쯤 오십대 중반은 됐을 ‘란제리 소녀시대’(KBS)의 대구 여학생 ‘정희’는 오랜 타향생활 끝에 20여년 만에 고향 갔다가 “손진 오빠야, 대구가 와 이래 달라졌노?”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4색 중 ▷멋은 팔공산(케이블카, 동화사), 사문진나루터, 하중도, 옻골마을에서 ▷맛은 서문시장, 동인동찜갈비골목, 안지랑곱창골목,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서 ▷흥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과 방천시장, 이월드와 83타워, 힐크레스트(에코어드벤처)와 스파밸리(네이처파크)에서, ▷밤의 정취는 청라언덕 등 대구근대골목, 앞산전망대, 수성못, 동성로에서 만끽할 수 있겠다.

출향 대구사람도 놀랠 대구 10미는 ▷따로국밥(곰국과 육개장의 절충) ▷소막창구이(된장소스) ▷‘뭉티기’ 생고기(찰진 맛) ▷찜갈비 ▷논메기 매운탕 ▷복어불고기 ▷누른국수(진한 멸치육수) ▷무침회 ▷야끼우동(오징어, 돼지고기와의 조화) ▷납작만두(물에 삶은 다음 굽기)이다.

대구광역시는 400년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은 여행자를 위해 도시 중심부 걷기 여행 5개 코스도 짜 놓았다.

1코스 경상감영달성길은 북성로와 서성로를 중심으로 달구벌의 그때 그 시절을 주제로 엮었다. 경상감영공원, 르네상스 양식의 대구근대역사관, 옛 번화가 향촌동, 수제화 골목, 최제우나무가 있는 종로초교, 사라진 대구읍성의 달서문터, 삼성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터, 삼국시대 토성이 남아 있는 달성공원 등이 연결된다.

근대골목 청라언덕 선교사 챔니스 주택.

근대문화골목 코스는 청라언덕, 선교사주택, 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제일교회, 민족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의 고택, 근대문화체험관인 계산예가, 조선에 귀의한 중국인 두사충의 뽕나무 골목, 400년 역사의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조선의 과거길 영남대로, 에코한방웰빙체험관, 긴 골목이라는 뜻의 ‘진골목’으로 연결된다. 패션한방로에선 동성로, 교동귀금속거리, 주얼리 관람, 체험, 쇼핑이 가능한 주얼리타운, 전국 3대 재래시장 중의 하나인 서문시장을 볼 수 있다.

삼덕봉산문화길에선 대구가 민족주의, 공동체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한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담장 허물기 운동으로 유명해진 삼덕동 거리, 예술가들이 터를 잡은 방천시장, ‘대구의 인사동’ 봉산문화거리, 대구향교를 둘러본다.

반월당, 보현사, 관덕정순교기념관, 유럽풍 건축물 성유스티노신학교, 프랑스 루르드 성모동굴을 본떠 만든 성모당,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의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 등으로 이어진 코스는 남산100년 향수길로 이름 붙여졌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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