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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린 소년의 시선에 담긴 성…무의식에 숨은 욕망을 엿보다
 PKM갤러리, 헤르난 바스·정영도 2인전

오스카 와일드와 프로이트. 사회적으로 ‘금기된 욕망’의 대명사인 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전시가 열린다. 현대미술이 그러하듯, 무척이나 솔직 담백하다. 성적 긴장감, 동성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 이름만으로도 어지러운 감정들이 추상 속으로 또 구상 속으로 숨어들었다.

폭발하는 욕망사이를 걷다보면 “너만 그런거 아니야”라는 작가들의 위로가 전해진다.

서울시 삼청로 PKM갤러리는 헤르난 바스(Hernan Basㆍ39)와 정영도(32)의 2인전 ‘와일드 앤 아웃(Wild n Out)’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평상시 바깥으로 표출시키지 않고 내면에 담아왔던 감성과 욕망이 분출된 작품들로 구성됐다. 

헤르난바스, two bathers by a river, 2017, Acrylic on linen, 213.4 x 182.9 cm
[제공=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and Hong Kong, and PKM Gallery, Seoul]

마이애미 출신의 쿠바계 미국인 작가인 헤르난 바스는 19세기 유럽의 탐미주의와 데카탕스의 경향을 띈 오스카 와일드,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의 문예를 모티브 삼아, 미술사와 문학의 고전적 근원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업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포비즘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강가의 목욕하는 사람들’에 영감을 받아 작업한 몽환적 느낌의 신작을 소개한다.

작가는 “강가의 목욕 혹은 누드는 미술사의 고전이다. 가끔 동성애 화가도 자신의 성적욕구를 표현하기 위해 활용하기도 했으나, 그러한 표현이 오랜기간 금기시 됐기에 남성의 목욕으로 숨기듯이 표현해 왔다”며 “나는 그걸 좀 더 직설적이고 도발적으로 표현했다. 과거 전통을 지키면서도 동성애적 자아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바스가 그린 ‘목욕 시리즈’는 전부 사춘기 소년이 주인공이다. 여성도 그렇다고 완벽한 (성인)남성도 아닌 이들은 소크라테스이래 서양 고전에서 찬양해온 ‘완벽한’사랑을 위한 존재들이다. 작가는 양치식물 사이로 소년들을 배치, 묘한 성적긴장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보는이들의 관음증을 자극한다. “사춘기를 거치며 동성애인지 아닌지,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그 순간을 표현했다. 하루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내 개인적 경험이기도 하다”

정영도 작가는 ‘프로이트’와 함께 성장했다. 

정영도, B stubborn 2015-17, Acrylic, color pencil, graphite, charcoal and marker on canvas, 208 x 185 cm
[제공=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정 작가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첫 손에 꼽히는 프로이트 전문가인 정도언 서울대 신경정신과 교수다. “프로이트는 내 작품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죠. 이제는 프로이트도 아버지처럼 느껴집니다”는 작가는 “프로이트 이론은 실제 삶에서 적용되지 않는 모순도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시리즈 제목은 ‘플라스틱 프로이트’다. 전형적인 추상인 그의 작품 속엔 프로이트의 상징들이 숨어있다. 복숭아, 잘린 인체, 선인장은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금기된 욕망’이다. 바스는 구상, 정 작가는 추상인데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전시를 기획한 PKM갤러리는 “바스의 작품엔 구상 속 추상이, 정영도의 작품엔 추상 속 구상이 교차한다”며 “작가들이 내면에 쌓아둔 와일드니스가 현란한 색채와 강력한 표현으로 표출됐다”고 평했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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