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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과 환상 경계 넘는 마술적 상상력, 스마트소설 ‘빗소리몽환도’
[헤럴드경제]요샛말로 하자면 ‘스크롤 압박’(분량이 많아 마우스로 스크롤바를 계속 내려 읽어야 하는 웹상의 문서)이 없다. 짧게는 3~4쪽이 한 편이다. 보통보다 더 짧은 초단편까지 포함하는 이른바 ‘스마트소설’이다.

신간 주수자 작가의 ‘빗소리몽환도’(문학나무)는 16편의 단편을 묶은 ‘스마트소설집’이다. ‘스마트소설’은 ‘스피디한 현대에 걸맞은 짧은 소설로 남미문학의 미니픽션에 뿌리를 두고 스마트폰 세대에 적응하려는 한국적 문학장르’라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빗소리몽환도’ 속 얘기는 짧지만, 마술같은 상상력은 시공간을 무한으로 확장한다. ‘기호의 유희’와 시공간의 넘나듬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운다.

표제작 ‘빗소리몽환도’을 비롯해 ‘부담주는 줄리엣’ ‘사과’ ‘거짓말이야 거짓말’ 등의 작품은 마치 웹상의 특정 단어나 텍스트가 ‘하이퍼링크’를 통해 서로 다른 텍스트를 참조하게 되는 양상처럼 익숙한 기호들을 통해 낯선 환상을 만들어낸다. 방금 덮은 소설 속 주인공과 똑같은 여인이 현실에 나타나는가 하면 ‘햄릿’, ‘셜록 홈즈’, ‘홍길동’ 등 고전 속 캐릭터와 가상의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과’에는 아담의 사과에서 스티브잡스의 ‘애플’을 거쳐 한 소년의 ‘훔친 사과’까지 등장한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은 거칠고 초라한 현실을 살아가는 들고양이의 심장에, 호랑이의 기억을 환원시킨 백남준을 참조해 예술가의 존재 이유를 말한다.

기호와 텍스트, 현실과 환상의 상호 간섭 속에 인물들은 곧잘 혼돈에 빠진다. ‘극악무도한 몽타주’는 하나의 얼굴 안에 내재하는 다양한 내면 때문에 흉악범의 몽타주를 그려내지 못하는 화가의 이야기다. ‘수사반장의 추상예술 감상’은 예술가의죽음을 밝히려다 예술의 미로에 갇힌 형사가 주인공이다. ‘낯선 곳에 와서’는 언제든 ‘현실의 이방인’으로 전락할 수 있는 현대인의 부조리한 상황을 그렸다. 이 밖에도 독특한 사랑얘기 ‘거기가 어디야’와 죽은 어머니의 영가가 전해주는 삶의 비의를 담은 ‘방문객’ 등도 수록됐다. 


주수자 작가는 서울대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콜케이드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1년 ‘한국소설’로 등단했다. 소설집 ‘버펄로 폭설’ ‘붉은 의자’ ‘안개동산’, 시집 ‘나비의 등에 업혀’ 등을 지었다. 제1회 스마트소설 박인성문학상을 수상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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