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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12월 공익재단 전수 조사 착수…월권 논란 부상
- 공정위 기업집단국 12월 공익재단 전수 조사
- 월권과 처벌 실익 논란…법 개정 前 성급 비판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월부터 대기업 그룹 공익재단에 대해 전수 조사에 착수키로 하면서 월권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도 감독 권한을 가진 ‘주무 관청’이 아닌 공정위가 공익 재단 조사에 나서겠다는 것은 공정위의 권한 밖이란 얘기다.

김 위원장이 직접 밝힌 것처럼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면, 법 개정 이전 공정위가 전수조사에 나서는 것은 법적 근거가 빈약한 행위라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처벌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김 위원장의 표현대로 ‘재벌 혼내려는’ 의도 이상의 실익이 부족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9일 공정위와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12월부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운영실태(자산·수익구조·사업현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기업집단국은 김 위원장 취임 이후 6개월 가량의 준비 기간을 마치고 다음달 첫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20곳의 39개 공익재단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실태조사는 공익재단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수익 발생은 어떻고, 부당지원이나 사익 편취는 없는지까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방위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재야 시민단체 시절부터 공익재단을 활용해 그룹 오너들이 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집요하게 문제삼은 바 있다. 공익재단은 공익 수행을 이유로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 공익재단은 발행회사의 지분 5%(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김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공익재단이 그룹의 지주사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편법”이라 비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5년말 금호아시아나 문제와 관련해서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학교법인 죽호학원이 당초 설립 취지나 사업 목적과 달리 박 회장 개인의 그룹 지배권 확보에 이용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공정위의 공익재단 전수조사가 권한 밖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예컨대 공익재단에 대한 지도감독권한은 공정위가 아닌 허가 주무 관청이 갖고 있다. 이는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14조·감독)’에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공익재단 전수 조사는 대기업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협조 여부는 개별 기업들의 판단 영역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협조는 하더라도 법률적인 강제조사 근거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공익 재단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강제 조사권이 없다. 영역이 다른 부분인데 권한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라 말했다.

김 위원장의 ‘첫 작품’인 기업집단국 신설을 통해 조사에 나서더라도 실제 처벌까지 이어져 ‘처벌 실익’을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은 남아있다.

김 위원장이 밝히는 공익재단 처벌에는 공정거래법상의 ‘부당 지원행위 금지’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일감몰아주기)’ 조항이 적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익재단과 계열사와의 거래는 지분 보유 외에는 없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문제시된 오너 일가의 부당 이득 편취 방법과 공익재단 운영은 원천적으로 다르기에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고, 때문에 조사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처벌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제 임기 중 가장 큰 욕심은 공정거래법을 전면개정하는 것이다. 1987년에 대폭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부분부분 수정돼 환경에 안맞는 요소가 많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시민단체는 법적·도덕적 비판 두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공정위는 명확한 법률 근거 하에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정위의 자격 문제, 법적 미비 등은 이번 공익재단 전수 조사에 대해 재계가 우려와 회의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유”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성실히 임하겠지만 기업을 ‘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조사같아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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