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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고제헌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고령화시대의 가족리스크
얼마전 중국에서 노부부가 36세 외아들을 분가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60대 노부부의 외아들이 대학 졸업 후 이렇다할 경제활동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고 분가요구도 무시하자 법의 도움을 빌린 것이다.

비단 중국 뿐아니라 일본에서도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자녀들로 인해 부모들이 노후파산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화에 대한 논의는 자녀 세대의 부담 위주로 돼 자녀들로 인한 고령층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40, 50대 장년층은 자녀 교육비 지출로 노후준비가 부족하고,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은 자녀 결혼준비금 등 노후자금 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 태반이다. 또 노후에 본인 자산을 활용할 때도 자녀 상속여부가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이 된다.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산을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서만 쓰겠다는 응답은 15.2%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10월 24일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에는 고령층의 안정적 소득확보 방안으로 주택연금 신탁제도 도입이 포함돼 있다. 기존 주택연금이 가입자의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라면, 주택연금 신탁방식은 가입자의 주택을 주택금융공사에 신탁하는 방식이다.

근저당권 설정과 신탁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주택소유자 사후에 발생한다. 기존 제도에서는 주택소유자의 사망시 자녀 동의를 물어 배우자 연금 승계가 결정된다. 주택 상속권자인 자녀가 동의하지 않아 가입자 사망 후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향후 주택연금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경우 이같은 사례는 증가할 수 있다.

주택연금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가입자 사망 후에도 종신까지 주택연금 수령이 가능해 고령층의 소득 안정성이 높다는 것인데, 예상치 못한 자녀의 반대로 주택연금 지급이 중단되고 최악의 경우 살 곳이 없어질 수 있다.

신탁의 경우, 가입자 사망시 자녀 동의 없이 배우자가 자동으로 연금 수령권을 승계 받게 된다. 만약 상속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물론 신탁방식은 한국 고령층에게 익숙한 계약 방식은 아니다. 가입시점에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 주택금융공사로 이전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소유권이 공사로 이전돼도 가입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주택연금을 중도해지할 경우소유권이 다시 가입자에게 돌아가며, 가입자가 원할 경우 가입 중 자유롭게 이사도 가능하다.

신탁 방식 주택연금은 기존보다 우월한 제도라서가 아니라 다양한 수요에 부합하고 선택의 폭을 넓힌 제도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기대수명 증가와 노후 대비 부족으로 자녀 상속보다 부부의 경제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령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자신의 주택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크고, 자신의 사후에 배우자의 생활 안정 보장을 중요시 여길 것이다. 주택연금 신탁제도는 이에 대한 대안이다.

노후 준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화의 진전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가족 구성원 간 정서적 유대가 좋은 관계에 있어서도 과거처럼 가족의 존재가 고령가구의 부양 시스템으로 온전히 작동하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미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제도 정비와 새로운 제도 수립에는 전통적인 가족 기능의 상실과 갈등요인이 주요 변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의 기능 상실을 사회 제도 및 정책을 통해 대체하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적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시작은 상실되는 기능이 무엇인가,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현실적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고령층의 자녀 리스크는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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