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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홍종학…‘의원불패’ 신화 깨질까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너나 잘해”라는 말은 항상 주효하다. 도덕군자 양 갖은 잣대를 늘여놓으며 장광설을 펼치는 사람의 힘을 빼는 방법은 “너나 잘해”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특히 이 말은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때 더욱 효과적이다. 징악(懲惡)에 열광했던 관객들은 도덕군자 양하는 사람의 표리부동(表裏不同)을 깨달았을 때, 금새 응원을 접고 반대편으로 돌아서게 된다.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문재인 정부와 이를 옹호하는 민주당 얘기다. 


실력으로 당당한 사회를 만들자고 들어선 정권이 상속으로 수십억원대의 부자가 되고, 학벌사회를 조장한 인물을 1기 내각 마지막 퍼즐을 맞출 카드로 내민 것이다.특히 홍 후보자 본인이 의원 시절 누구보다 부의 세습을 비판해온 사람임이 드러나면서 정부여당의 해명이 궁색해지는 상황이다. 야당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 , ‘이율배반 정권’이라며 총 공세를 퍼붓고 있다.

2012년 21억7000만원 정도 였던 홍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재산은 2016년에는 49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4년사이 28억원 정도가 증가했는데, 대부분 증여에 따른 것이다. 2015년에는 배우자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이 서울 중구의 한 상가 건물을 홍 후보자의 장모로부터 4분의1씩 증여받았다.

홍 후보자와 정부여당은 증여세를 모두 납부 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도한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증여’를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홍 후보자는 2014년 11월 “대(代)를 건너뛴 상속·증여에 대해 세금을 더 매겨야 한다”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바 있어, “문제가 없다”는 홍 후보자와 그를 옹호하는 정부여당의 해명을 무색케하고 있다.

학벌을 바라보는 홍 후보자의 시각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홍 후보자는 1998년 쓴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책에서 “행복은 성적순”이라며 서울대 등 명문대에 진학하라고 조언했다. 또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보도되는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적었다.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등을 예고하며 학벌타파를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지만 자신들은 ‘학벌지상주의자’를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할 수장으로 지명한 것이다.

쪼개기 증여의혹을 받는 홍 후보의 딸이 현재 청심국제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청심국제중은 특성화중학교로 특목고 진학률이 높고 수업료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기준 청심국제중의 1년 경비는 1634만원으로, 중학교에선 압도적인 1위다. 문제는 홍 후보자가 과거 특목고 등을 폐지해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해 왔다는 점이다. 홍 후보자는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정책본부 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며 ‘특목고 폐지론’을 강하게 폈다.2013년 국회의원 시절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자녀의 영훈국제중(1년경비 924만원) 부정 입학 논란이 일자 ‘재벌의 부의 대물림’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도 도마위에 올랐다. 홍 후보자는 지난해 3월 한 강연에서 “대구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이 같은 사실은 너무나 명확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당시 홍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바뀌든지 대구 시민들이 바뀌든지(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특히 부의 대물림을 비난하던 홍 후보자가 당시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쪼개기 편법 증여’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정작 본인의 딸은 1년 학비가 1600만원이 넘는 국제중학교에 보내는 등 대표적인 내로남불 언행을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불법ㆍ탈법 여부를 떠나 일반 서민들의 눈높이와 달라도 너무 다른 자녀 학력 문제와 편법 상속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촛불 혁명으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타가 되고 있다. 

이쯤되니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적폐 종합세트”, “내로남불 코리안시리즈 우승후보감”, “내로남불의 결정체”라는 야당의 주장을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5대 인사 원칙을 천명하면서 5대인사 원칙에 어긋나는 사람들을 줄줄히 지명한 일, 정부기관에 채용하겠다며 야당 보좌관과 당직자에 문자를 보낸 일, 그리고 홍 후보자의 지명까지…. “너나 잘해”라는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늘어난다면 전(前)정권, 그리고 전전(前前)정권까지 들이미는 이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는 제동이 걸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언제나 징악(懲惡)에 열광하는 관객들은, 징악의 대상을 바꿀 준비가 돼 있으므로.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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