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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 품종 개발·수도시설 확충…‘메콩 델타 살리기’팔 걷어붙인 베트남
기후변화 대응 위해 10억달러 투자
지역 보호 앞서 근본적 대책 절실

[껀터ㆍ속짱 (베트남)=육성연 기자]‘쌀의 나라’ 베트남에서 총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메콩 델타(삼각주). 이곳은 1년에 3모작이 가능한 비옥한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농사 짓기가 예전 같지 않다. 기후변화가 해수면 상승과 가뭄, 염수 침입 등의 문제로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두해의 문제가 아니다. 메콩 델타는 저지대이기 때문에 해수면이 해마다 높아지면 바닷물이 쉽게 유입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이 지역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메콩 델타의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클루스’(CLUES) 프로젝트의 응오 당 퐁 박사는 “메콩 델타는 해수면 상승과 기온 상승, 그리고 온실가스 등의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베트남은 정부 예산과 세계은행 지원 등으로 메콩 델타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465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직접 찾아가 본 메콩 델타 지역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들을 엿볼 수 있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해수 필터 장치와 물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용수 저장 및 공급용 파이프라인 등이 설치되고 있었다. 메콩 델타지역을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공사 중인 현장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메콩 델타의 중심도시인 껀터(Can Tho)에서 만난 끄롱 벼연구소의 쩐응옥탇<사진> 소장은 베트남 정부가 메콩 델타의 안정적인 쌀 생산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수도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재해를 막기 위한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쩐응옥탇 소장은 “각 지역에서 기술자들이 피해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하고 있으며, 바닷물이 올라오고 내려가는 시간 등 변화된 범람 주기를 농민들에게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베트남 농사 연구원들은 높은 염분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쌀 품종을 개발 중이다. 다만 이같은 노력들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기후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개선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농민들에게 쌀농사와 새우 양식을 병행하거나 대체 작물 재배를 장려하는 농업 구조개혁도 단행하고 있다. 비옥했던 농지에 소금물이 침투하면서 쌀 농사가 어려워지자 베트남 정부는 아예 새우 양식장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다만 이또한 근본적인 대응책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메콩 델타 지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델타에서 가까운 베트남의 경제수도인 호찌민의 해발고도도 1.5m에 불과하다. 호찌민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저지대 가구의 침수 등의 피해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점점 높아지는 해수면 상승과 잦아지는 강한 태풍, 가뭄, 해수 유입 등을 막을 수 있도록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메콩강이 지나는 라오스와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4개국과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된 메콩강유역위원회(MRC)은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하지만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의 메콩강 일대는 전세계 먹거리 문제에서도 중요한 지역인 만큼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전 세계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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